오늘 개학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 책걸상을 닦다가 잠시 상념에 젖는다.
학교 참 많이 변했다!
최근 5년 이내 교사가 된 분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실 것이다.
예전에는 방학 끝자락에 반장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선생님, 교실 청소하러 언제 들어갈까요?”
아이가 반장이면 엄마도 반장이었다. 무슨 패키지 상품처럼 한 세트로 인식되었다. 반장 어머니를 중심으로 학급 어머니회가 조직되어 정기적으로 교실 청소를 했다. 그 시절에 학모는 식모였던 것이다.
'전설의 고향'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10년도 채 못 된 이야기다. 2015년인가 김영란법이 제정된 이후로 공직사회, 특히 학교가 엄청나게 변했다.
바람직한 변화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학교가 학모님을 식모처럼 부려 먹을 때 젊은 교사들은 대부분 불편해했다. 나도 그랬다. 직원협의회 때 일어서서 이런 관행과 문화를 고치자고 어머니들 학교에 오지 말게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를 내는 자체가 불온시되는 시절이었다.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감수할 용기를 내지 않아도 이렇게 평온하게(?) 학교가 변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더욱 놀라운 것은, 많은 교사들과 일반 시민들은 이게 놀라운 변화라는 사실조차 모르시는 것이다. 예전에는 꿈 같은 일이 지금은 공기로 숨 쉬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니, 격동의 시절을 살아온 원로교사에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아침이다.
202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