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교육적 만남

리틀윙 2021. 1. 27. 10:37

6학년 밴드부 아이가 악기실에 들어오면서 나랑 마주쳤을 때 “존경하는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 무거운 톤은 아니고 애교 섞인 인사말인데 ‘존경’이라는 수사 속에는 상대에 대한 나름의 각별한 마음이 느껴졌다.

 

밴드부 아이들은 매주 한두 번 합주할 때 음악적으로만 만나다 보니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기회가 잘 없다. 더구나 이 아이는 여학생인데 요즘 학교에서 남교사가 여학생과 소통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인 한편 아이의 성격도 그리 소탈해 보이지 않아서 지금껏 서로 편하게 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전까지 아이의 인사말은 그냥 ‘안녕하세요’였다. 아이는 어떤 특별한 시점 이후부터 내게 존경심을 품게 된 것인데 그 계기로 작용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아이에게 전한 최고의 값진 가르침일 것이다.

 

아이는 나의 무엇에 대해 존경심을 품게 된 것일까? 나는 그 실체가 ‘나의 삶’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음악과 관련한 무엇이라 하더라도, 이를테면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진지하게 파고들고 악기 연주 연습에 열심인 자세, 음악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열정을 학생들에게 성실하게 전수하려는 열의에 존경심을 품는 것이지 음악 역량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교육은 관계이고 관계는 만남이다. 시장에서 소비자는 상품의 만족도만 생각하지 판매자의 인격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교실에서 학생은 교사의 지적 역량 외에 인간적인 자질에 이끌린다. 후자 없이 전자만 교환 되는 관계, 만남이 없이 거래만 이루어지는 관계는 교육이 아니다. 교육적 만남은 교사 대 학생이 각자의 삶 대 삶으로 만나는 것이다.

이 진솔한 만남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킨다. 아이의 한 마디 인사말이 나이 들어 교단에 남아 있는 것이 축복이라는 자기확신을 다지는 데 큰 힘이 된 하루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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