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9월 학기제

리틀윙 2020. 8. 2. 01:03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만 3월 학기제를 하고 있다.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해 우리와 사정이 다르고 북반구의 두 나라 가운데 일본은 이번에 9월 학기제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이에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9월 학기제 개편 문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건 코로나와 무관하게 치밀한 계획과 로드맵 하에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온라인수업이지만 학기가 이미 시작되었는데, 지금까지의 학사일정을 무효로 하고 9월 학기제로 가자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1.

9월 학기제 개편이 언제 확정될지 모르지만, 아마 그 시점에는 이미 1학기 공부가 끝이 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9월에 똑같은 교과서로 1학기 공부를 다시 배운다? 상식적으로나 교육원리 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이런 난센스를 피하기 위해 9월 학기제 개편은 치밀한 준비 하에 시행되어야 한다. 하다 못해 교과서라도 바꾸고 나서 추진할 일이거늘, 교육과정은 현행 그대로 두고 학기제를 개편한다는 것은 말도 아니다.

 

2.

나는 대학생 자녀를 둘 둔 학부모다. 무상교육 시스템인 초중학교는 몰라도 특히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1학기 분 등록금을 더 내게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일정한 시기에 맞춰 입시준비를 하거나 삶의 준비를 해온 학생들에게 반 년의 인생을 허송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 불이익을 떠나 심각한 정서적 혼란을 강제하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중대한 국가사업의 변화를 예고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바로 추진한다면...... 이건 나라가 아니다.

 

3.

9월 학기제, 뜬구름 잡는 주장인 결정적인 이유는 코로나에게 물어보자. 도대체 코로나가 9월 되면 사라지기로 우리에게 약속이라도 했던가?

2월 말에는 3월 개학 여부를 두고 전전긍긍 끝에 개학 연기를 발표했다. 그 다음 주에도 최근에도 계속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이에 식상한 듯 나온 이야기가 ‘9월 학기제로 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9월1일을 앞두고도 개학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반복될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점인 9월은 지금보다 코로나의 위험성이 더 커질 것이다.

 

9월 학기제 개편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올해 당장 9월 학기제로 가자는 주장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없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치밀한 계획과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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