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온라인 개학

리틀윙 2020. 8. 2. 00:45

긴장 속에 치른 온라인 개학,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 학교는 화상 라이브가 아닌 수업 콘텐츠 업로드와 실시간 과제 점검 방식의 수업이다. 다른 학년과 달리 우리는 네이버밴드를 이용했는데, 위두랑보다 이게 훨씬 좋다.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콘텐츠 중심 수업이 화상수업 보다 학생성장에 훨씬 이롭다. 온라인 수업의 이모저모에 대해서는 1주일 길을 가보고 주말에 심도 있게 논하겠다.

 

12월말에 겨울방학에 들어가 2월에 1주일 학교 나오고 어제 개학했으니 거의 4개월 만이었다. 온라인이어서 얼굴도 목소리도 접할 수 없었지만 네이버를 매개로 주고받은 댓글을 통해서도 아이들의 반응이 생생히 전해져왔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어제 아이들 집단의 풍경은 흡사, 공장형 축사에 갇혀 있다가 난생 처음으로 초원으로 나온 젖소들을 방불케 하는 에토스가 느껴졌다. 푸른 들판을 보고 벅차오르는 환희의 비명을 지르며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오프라인 개학이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생각하면 짠해지지만, 감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만나진 못했지만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전화로 한 명씩 통화도 하고 또 매일 숙제 점검과 피드백을 통해 온라인 상의 교감은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의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그저 내게 얼굴도장 찍으려고 서로 앞 다투며 댓글을 얼마나 열심히 달아대는지 ‘좋아요’ 눌러주기도 바빴다.

 

4교시 공부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을 알리는 글을 올렸더니 5분도 안 돼서 한 아이가 “점심 다 먹었어요!”라는 댓글을 달자, 너도나도 “저도 먹었어요”, “저도요!” 이런다. 점심 먹은 게 무슨 대수라고...

 

콘텐츠 제공수업이라도 교사는 바쁘다. 실시간 올라오는 과제를 확인하는 데 40분이 부족할 정도다. 5교시 모든 일정이 마치고 마지막으로 종례 삼아 “오늘 하루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 이 글 밑에 각자 한 줄씩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나 선생님 또는 친구들에게 힘이 되는 글을 남겨주세요” 했더니 댓글 쇄도가 줄을 잇는다.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글을 올리면 늘 싸늘한데, 아이들에게 나의 존재감은 하늘을 찌른다.

 

아이들 하나하나 이름을 찍어서 답을 해줬다. 단 한 줄도 중복되지 않게 1대1 맞춤형 인사말을 선사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학부모님들도 고마워하신다.

 

현장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옛날과 다르다고 한다. 대학교수들도 그렇게 말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들도 그런다. 초등은? 고학년은 몰라도 3학년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다. 혈기왕성한 이 녀석들은 작년 이맘 때 같으면 교실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하면서 장난질과 다툼 그리고 고자질로 교사의 혼을 빼놓으려만...... 그런 아이들이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나도 나 자신이 놀랍기만 하다. 물론 그 이유를 나는 안다. 아직 개학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웃으면서 희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은 경상북도교육청의 주도하에 아마도 며칠간 밤을 새며 수업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았을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 덕분이었다. 3월 초만 해도 나랑 동갑내기인 학년부장과 매일 ‘명퇴를 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나보다 젊은 선생님들도 난감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상초유의 위기상황에 사회적 우려와 달리 학교가 나름 잘 돌아가서 다행이다.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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