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겸손

리틀윙 2019. 6. 3. 16:56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은 한 장의 사진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세계 최고의 거장이 무명의(적어도 국제무대에선) 배우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가히 파격적이다.




 

솔직히 이전까지 영화인 봉준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영화를 볼 줄 몰라서인지 [괴물]이라는 영화에 좋은 느낌을 못 받았다. [설국열차] 또한 괴물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해서 보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SF 영화를 안 좋아하는 나의 편견에 기인한 오판인지도 모른다. 이번 [기생충]SF가 아닌 사회비판 내용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

 

그의 작품세계나 예술가적 역량과 무관하게 봉준호 감독은 훌륭한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가장 권위 있는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은 자기 면류관의 모든 공을 선배 연기자에게 돌리는 자세가 이를 말해준다.

 

위대한 거장이든 평범한 소시민이든 인간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겸손(humility)이다. 겸손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전부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사람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신뢰로 예의를 표현하는 그의 자세에서 이 세상의 그늘진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읽혀진다.

 

그런 면에서 같은 세계적인 거장이지만 후배 배우와 공조하여 여배우 강간이나 일삼는 어느 감독과 너무 비교된다. 내가 이 자를 경멸하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는 점이다.

 

A change is gonna come!

우병우 같은 오만무도한 스타 법조인이 망하고 임은정 같은 의로운 무명 검사들이 흥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것이나, 김기덕이 망하고 봉준호가 흥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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