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재벌이 해체되어야 한다

리틀윙 2019. 3. 28. 13:55

 

우리나라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이 국내 부가가치의 20%를 독식한다. 국가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가려면 기업의 이윤 획득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들 기업은 일자리 만들기에 고작 2%만 내놓을 뿐이다. 20%에서 2%를 뺀 나머지는 사내유보금이나 토지자산으로 전유되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며 재벌의 사유재산은 더욱 확대된다. 사회 전체의 부는 한정되어 있는데 소수의 재벌들이 해마다 막대한 양의 부를 챙겨가는 동안 중소기업은 하나둘씩 도산하고 서민들은 가난에 허덕이게 된다.

 

19951인당국민소득 1만 불 돌파 이후 작년에 3만 불로 3배가 늘어났다. 23년 동안 서민 살림살이는 더 나빠지는데 국가경제는 3배나 발전한 모순의 원인이 바로 재벌기업의 승자독식에 있다. 재벌과 결탁한 기레기 언론은 기업비리가 터질 때마다 대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산다고 떠들며 재벌 금융사범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지만, 실상은 재벌의 성장과 서민 경제발전은 반비례한다. 대기업이 커질수록 부의 독식이 심화되며 고용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혹 내가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교사인 사람이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고 자꾸 이런 글을 쓰는가?”하는 유감을 품을 분이 계실 것 같다. 단언컨대, 이것은 결코 교육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 정의 문제는 망가져가는 이 나라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학교교육의 거의 모든 문제가 이것과 관계있지만 이 글에서는 원초적인 생존 문제에 관해서만 논하겠다. 재벌을 해체하지 않으면 이 나라 교육은 똑바로 서지 못한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재벌들의 탐욕이 이들의 꿈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창출한 국가의 부가 사회적으로 환원되지 않으니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다. 할 수 없이 학생들은 2001의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매진한다. 치열한 경쟁대열에서 낙오된 80퍼센트의 청년들은 비정규직이 되어 컨베이어벨트나 전동문에 끼어 죽어갈지도 모르는 운명이다.

 

우리 경제의 총 주식시가가 약 1300조인데,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737조로 59%를 차지하고, 30대 그룹의 총액은 95%에 이른다. 이들이 우리나라 생산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으니 가히 재벌공화국이라 하겠다. 이 재벌 독식 경제구조 속에서 하청업체와 중소기업은 왜소해지고 불구화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불건전한 경제구조는 위험의 외주화를 파생시켜 꽃다운 우리 제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교사가 돼서 우리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공부 열심히 해서 20%의 정규직 반열에 들어라라는 것이라면, 교육자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나머지 80%의 아이들은 소모품처럼 산업현장에 던져지거나 실업자가 되어 PC방을 전전하며 망가져가도 좋다는 말인가? 우리가 학생을 사랑한다면 그 무엇보다 재벌 독식 경제구조의 해체를 촉구해야 한다. 재벌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성장시켜 청년들이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하게 하고, 학벌과 무관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응당 대가를 지불받는 정의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1인당국민소득3만불의 나라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1995년 국민소득1만불 달성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2년 뒤에 국가부도의 사태를 맞았다. 그 원인은 무능한 정권과 재벌기업의 방만한 운영에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뼈를 깎는 내핍과 금모으기 운동으로 외환위기를 탈출했다. 그 와중에 많은 국민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으며 길거리에 나앉기도 했다. 통탄할 일은 IMF 이후 서민들이 쪽박을 찰 때 재벌기업의 금고는 차고 넘쳐만 갔다. 재벌이 저지른 사고를 서민들의 희생으로 수습했는데 사고 이후에 재벌의 부는 더욱 커지고 서민의 삶은 피폐해졌으니 이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격이라 하겠다.

 

사필귀정이라는 차원에서 이 언어도단의 사회적 불의를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청년들의 한숨과 눈물은 그칠 날이 없다. 사회적 부의 총량이 빈곤해서 모두가 궁핍한 삶을 영위해간다면 어쩔 수 없지만, 1인당국민소득 3만불의 국가에서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경제정의가 실현되면 열심히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보답 받는 세상은 가능하다. 거짓 분식회계로 금융사기 저지른 이재용을 감방에 보내고 삼성왕국을 해체시켜야 한다. 이들이 땅 투기하고 명화(名畵) 수집할 돈을 환수하여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가 몇 개 있다. 한글, 김치, 태권도 외에 ‘chaebul’이란 단어가 있다. 김치가 한국 고유의 음식이듯이 재벌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괴물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군사독재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해왔다. 독재자에게 비자금을 바치고 온갖 경제적 특혜를 누린 것은 물론 각종 금융 범죄와 심지어 밀수를 저지르면서 부를 축적했다. 법치국가이기 전에 재벌공화국인 이 나라에서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재벌이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재벌은 이 땅에서 빚어지는 모든 적폐의 원천이다. 재벌을 심판하지 않고서 정의를 논할 수 없다. 정의를 외면하는 교육은 생각할 수 없다. 이 땅에서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재벌이 해체되어야 한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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