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더불어 삶

리틀윙 2019. 3. 27. 17:08

목욕하고 저녁 한 그릇 사먹으려고 동네 식당을 기웃거리니 문을 연 집이 거의 없다. 일요일이어도 예전 같으면 영업하는 집이 많은데 요즘은 잘 없다. 장사가 안 되니 이러는 거다.

 

아파트 앞에 트럭 세워 놓고 군고구마 파는 아저씨가 계셔서 옥수수랑 고구마를 사왔다. 여기도 장사가 잘 안 되는지 아저씨가 나를 반갑게 맞으신다. 봉투에 고구마를 담으면서 고구마 값이 너무 비싸서 많이 못 드리는데 하나 더 넣었다고 하신다.

 

주위엔 이렇게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은데, 며칠 전 뉴스에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었다고 한다. 서민들은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더 나빠졌는데 경제발전의 몫은 대관절 누가 챙겨가는 것일까?

 

2015년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보유하고, 하위 50%는 단 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의 국민들이 2%를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매일 2천 개의 점포가 문을 닫고 3천 개가 문을 연다. 폐업점보다 개업점이 1천 개나 더 많은 것은 매일 그만큼의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난다는 뜻이다. 기업은 고용 인원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고 쫓겨난 사람은 식당을 차린다. 회사에서 돈을 벌어 손님으로 팔아줄 사람이 식당을 차려 손님을 받으니 기존 식당과 새로운 식당이 같이 망해간다. 결국, 50퍼센트의 국민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일자리를 줄인 기업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해 간다. 서민들은 점점 가난해져가는데 1인당 국민소득은 증가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분식회계 조작으로 국민연금 쪽박 내고 45천억 원을 해먹은 삼성 바이오에 금융위가 부여한 과징금이 고작 80억원이라 한다. 45천억에 80억이면 45천을 사기 치면 80만원 벌금 내는 셈이다. 무기징역 감인 재벌 사기꾼을 잡아넣었다가 풀어주고 벌금도 저렇게 헐값으로 매기는 이게 정상인 나라인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새벽에 혼자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었고 등은 새카맣게 타버렸다고 한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 속을 한 번도 썩인 적이 없는 착한 외동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절규가 너무 가슴 아프다. 기업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외주화 한 결과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영광의 이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모품 취급 받아온 것이다. 이게 나라냐?

 

노동자 김용균 씨는 죽기 1주일 전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대화 해주길 바랐다. 지금 그는 가고 없다. 비정규직 청년들이 더 이상 죽어가지 않도록 부디 대통령께서 이들을 어루만져 주시기 바란다. 경제정의를 이뤄주시기 바란다. 재벌 사기꾼에 대한 법집행을 방기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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