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새드 카페

리틀윙 2018. 11. 16. 08:41

비가 내린다.

가을비 속으로 내 친구가 먼 길을 떠났다.

 

내가 교대 다닐 때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우리 과가 그랬다. 성장 배경의 문제인지 성격 탓인지 내겐 여자공포증이 있었다. 그래서 여학생들과 잘 못 어울렸다. 그런데 유일하게 내게 편안하게 다가온 여학생이 있었다. 둘 다 예술적 감수성이 민감하고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소질을 품어서인지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맹세코 그 이상은 아니다. 손 한 번 잡아 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순수한 남녀관계였다.

 

그 친구는 나랑 가까운 선배와 결혼했다. 형도 음악에 자기 삶을 건 사람으로서, 교사 가운에 매우 희귀한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션이다.

 

친구는 몸이 안 좋아서 몇 년 전에 명퇴를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는 자신들의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음악카페를 마련했다. 영업을 위한 공간은 결코 아니다. 1주일 가운데 5일은 문을 닫아 놓고 주말에만 라이브 공연을 했다. 금요일은 친구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토요일은 형이 밴드 공연을 했다.

 

.

 

We thought we could change this world With words like "love" and "freedom“

We were part of the lonely crowd Inside the Sad Cafe

......

Some of their dreams came true

Some just passed away

 

우린 사랑이니 자유니 하는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 슬픈 카페 안에서 우린 외로운 무리들 중의 한 부류였죠.

우리 중 일부 사람들의 꿈은 이루어졌고

일부는 사라져갔죠.

 

.

 

문맥상 ‘passed away’“(꿈이)사라져갔다는 뜻이지만, ‘passed away’ 본래의 뜻은 세상을 떠나다이다.

 

가을비 속으로 아까운 친구가 먼 길을 떠났다.

새드 카페를 뒤로 하고......

 

.

 

Eagles‘Sad Cafe’

잘 알려지지 않은 격조 높은 록 발라드다.

돈 헨리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매력적이지만, 말미의(outro) 데이빗 샌번(David Sanborn)의 알토 색소폰 솔로가 압권이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의 솔로가 오늘 더욱 나의 폐부를 찌른다.

 

.

친구에겐 안식을 기원하고

형에겐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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