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관계없음 vs 관계있음

리틀윙 2018. 11. 16. 07:54

7.23.부터 시작된 방학이 오늘 마지막이다. 첫째 한 주 내내 튼튼교실에 참여했고 그 다음 주부터 오늘까지는 마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아침8시부터 어떨 때는 마치는 시간인 10시까지 공부했다.

 

드디어 이 순간 퇴장을 하는데...... 그간 이 열람실 공간은 정이 들었지만, 약간이라도 정을 나눈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보름 넘도록 하루 종일 같이 살았음에도, ‘나 이제 간다라는 뜻으로 눈인사조차 나눌 이웃이 없다는 게 너무 허탈하다.

관계가 없는 삶은 무덤이다

 

201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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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있음의 홍수>

 

도서관 열람실이 관계없음으로 표상되는 반면, 교실은 관계있음의 홍수를 이룬다. 개학하자마자 한 녀석은 쪼르르 내게 다가와, “선생님, 오늘 저희 할머니 제사예요라고 말한다.

 

저거 할머니 제사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수업시간엔 늘 의식이 4차원에 가있는 주의가 산만한 남자아이인데, 수업 끝나고 혼자 좀 쉬려고 하면 쪼르르 다가와서 저런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사실, 피곤하지만 녀석이 이런 식으로라도 나와 관계를 맺으려 애쓰는 게 대견한 측면도 있다. 더구나 한 달 가까운 방학 뒤 첫 만남이니 반갑고 예쁘기도 하다.

 

4차원이 퇴장한 뒤 몇몇 여자 아이들이 다가와선 방학 때 자기들끼리 있었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다. 이 녀석들은 방학하는 날 나와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복도에서 눈물을 쏟던 아이들이다. 작년 아이들도 그렇고 도량초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80년대 말 내 초임시절 시골아이들에게서 느꼈던 풋풋한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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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은 한 사람씩 앞에 나와 방학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프레네 교육방법으로 꾸아드네프라는 것인데, 이 활동은 교실 공동체 내의 관계있음을 촉진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육은 삶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 이야기를 다중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갖는 자체가 훌륭한 말하기 공부다. 3월에는 부끄러워서 말문을 못 열던 아이들이 지금은 서서히 입을 떼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가운데 우리 의식we-feeling’이 경작되어 간다.

 

이렇듯 관계있음의 홍수를 이루는 교실이 인간세상의 희망이다.

교실이 도서관 열람실처럼 무덤 같은 열공만 이루어지는 곳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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