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월말정산

리틀윙 2018. 1. 26. 15:46

매달 아이들과 내가 승부를 가린다.

아이들의 심볼은 웃는 얼굴(스마일리 smiley) 나의 심볼은 찡그린 얼굴(프라우니 frowny)이다. 예를 들어, 그 날 우유를 다 먹으면 스마일리가 1, 우유 안 먹은 사람이 2명 이상 나오면 프라우니가 1점을 얻는다.

 

3월부터 10월까지 스마일리가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없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 그런데 11월 월말정산을 해보니 1점 차이로 스마일리가 이겼다. (사실은 내가 많이 봐준 덕분이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아침활동은 자유 시간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러다가 문득 한 아이가 선생님, 이제 12월이니 승부가 한 번 밖에 안 남았네요. 12월에 저희들이 이기면 뭘 주실 거예요?”라고 질문한다.

 

글쎄, 그건 생각 안 해 봤는데...” 했더니 한 아이가 하는 말이,

 

내년에 저희들 4학년 담임 해주세요!”라고 한다.

 

우리 반 A급 꼴통인데, 녀석이 이 말을 하니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맞아요. 그래주세요라고 맞장구 쳐댄다. 이때껏 선생 하면서 이런 일 처음 겪는다. 1학년 같은 3학년 맡아서 올 한 해 정말 힘들었지만, 녀석들 정신연령이 낮아서 사람 볼 줄 모르는 이점도 있는 것 같다. 내년에도 3학년 담임할까 싶다.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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