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학생은 교사의 스승

리틀윙 2018. 2. 13. 10:21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워즈워드의 이 말을 교육상황에 적용하면,

학생은 교사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아이들과 마지막 날이다.

1년 교실살이를 돌아볼 겸 아이들에게

- 선생님의 좋은 점

- 선생님이 고치셨으면 하는 점

- 그밖에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했더니, 많은 아이들이 가슴 뭉클한 글귀를 안겨다 준다.

 

글쓰기를 마치고 헤어지기 20분 정도 앞두고 그간 내가 가르쳤던 노래 몇 곡을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다. 맨 마지막 곡으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Joan Jet[I Love Rock'n Roll]을 부르기 전에 내가 준비한 멘트를 읊었다.

 

여러분들은

나의 교직생활 30년에 제일 힘든 친구들이었습니다. (아이들 웃음)

 

하지만

하지만,

가장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멘트 중간에 어떤 아이가

"ㅇㅇ이 운다!" 하더니

이윽고 하나 둘 따라 울고 친구가 운다고 말한 그 녀석도 눈물을 훌쩍거리며 급기야 교실이 울음바다가 돼버렸다.

 

얘들아, 선생님이 어디 떠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실은,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억지로 참았다.

 

평소에 [아이 러브 라큰롤]을 부르면 난리가 나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목소리를 안 낸다. 이 녀석들이 이런 면이 있다는 걸 맨 마지막 날 새삼 알게 된다. 할 수 없이 음악을 접고 한 명씩 허깅 해주고 보냈다.

 

선생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매년 이맘 때 습관처럼 이별하는데,

올해 이 아이들은 마치 졸업시키는 기분이 든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별로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러니 괜히 미안해진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그간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반성이 든다.

 

30년 전 초임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만든다.

아이들이 나의 선생이다.

 

(내가 특별히 괜찮은 선생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내 자랑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자랑이다. 도량초 아이들 정말 도량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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