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금요일에는...

리틀윙 2018. 1. 26. 15:04

, , , 목이 지나면 금요일이 온다. 금요일엔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견딜만하다.

 

전담교사 수업인 체육시간에 또 사고를 쳤다. 3월 이후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없는 체육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매번 체육수업 마치고 교실에 들어올 때 누군가가 쪼르르 내게 달려와 보고를 한다. 고자질은 아니고 선의의 피해를 입은 동료를 대변해 일종의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리포터는 늘 격앙된 목소리로 큰일 난 듯이 말하지만, 내겐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불편사항일 뿐이다. 특히 어제는 그랬다.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량한 급우의 의협심과 투철한 신고정신을 외면할 수 없어서 그 다음 수업 시작하기 전에 집단상담이라는 이름의 일장훈시를 늘어놓는다. 내게 사건사고 리포트가 그러하듯이 아이들에게도 이 일장훈시는 만성이 되어 별 교육적 효과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왜 그러느냐? 다시는 그러지 마라!”는 식의 공세적 훈시 대신, 인간적 호소를 한다.

 

너희들, 내 소원이 뭔지 아냐?

2월말에 내가 너희들 4학년 올려 보낼 때까지 한 번이라도 사건사고 없는 체육시간을 보고 싶다. 나의 전향적인 태도에 꼴통 녀석들은 잔소리라는 불쾌자극을 피해서 좋아라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제법 숙연한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 구도에서 언제나 전자는 남성동물, 후자는 여자아이의 몫이다.

 

수업 마치고 여자 아이 둘이가 내게 다가와 쪽지 같은 걸 건넨다. 둘 다 조용한 성향의 아이들이다. 반에 반으로 접은 쪽지 겉에는 셀로판 테입으로 과자가 붙어져 있다.



    

 

나더러 친절하고 대단한 선생님이라 평가한다. 기분 좋아진다. 아이 말대로,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 작은 감동으로 교사에게 힘을 주는 이런 아이들은 교실에 100명이 있어도 하나도 안 힘들 것 같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대부분 남성동물아이들이다.

그래도 금요일이기에 이놈들이 뭔 짓을 해도 견딜만 하거늘, 이런 여자아이가 따뜻한 마음을 전해오니 행복할 따름이다.

 

아무리 힘든 교실에서도 교육부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 , , 목 뒤에는 금요일, 그리고 평온한 토요일 아침을 맞을 수 있다.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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