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현장학습

리틀윙 2018. 1. 26. 14:10

1.

버스 타고 현장학습 가는 중. 애들이 계속 과자를 줘서 부지런히 입에 넣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도 있고 비호감인 것도 있다. 이건 처음 보는 건데 중국산 아닌가 모르겠다. 어느 것이든 맛있게 먹어 줘야 한다. 과자는 원래 불량식품이 맛있다.

도량 아이들이 이런 점이 참 좋다. 교사에게도 그렇고 또래들끼리도 뭘 나누는 걸 즐긴다. 매일 다투고 삐치면서도 맛있는 거나 재밌는 걸 함께 나누려 한다.

 


  

2.

고택 마루에서 다음 체험활동에 앞서 잠시 쉬고 있다.

슬프게도 아이들이 전부 폰을 들고 저러고 있다. 폰 없는 아이도 어깨너머로 구경한다

스마트폰이란 게 없던 시절엔 저런 상황에서 묵찌빠든 뭐든 아이들끼리 부대끼는 놀이를 했건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선한 놀이가 비교육적인 놀이를 몰아낸다.

 

사람이 사람과 부대끼던 놀이가 기계와 부대끼는 놀이에 밀려나는 천민자본주의사회 교육현실에 통탄한다.

 



3. 

비가 와서 부득불 오후 일정은 취소해야 한다. 그렇다고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출발할 수는 없는 노릇. 교사들은 걱정이 늘어졌는데 아이들은 알아서 잘도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여건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이 전부다. 놀 시간만 주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슬기롭게 시간을 보내는데 사실 값진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도 그때다.

비가 와서 현장학습을 포기하고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비를 맞고서도 현장학습 가는 걸 아이들은 더 좋아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아이답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만히 있으면 갑갑증을 느껴 몸을 움직이고 싶어 환장하는 이 치열한 생동감이 아이들의 자랑이고 인간 세상의 희망이다.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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