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비상상황 아니다

리틀윙 2018. 1. 26. 12:46

머리 아픈 일이 있어서 교사용 의자에 등 기대고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순간,

, 우리 아이들이 오해하겠다싶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맨 앞에 앉은 아이가 옆 친구 보고 말한다.

 

저럴 때는 비상상황 아니야.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눈 감고 계시면 비상상황 아니라고!”

 

3학년 아이들은 타인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일전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지만, 아이들이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악해서가 아니라 무지해서이다. 흔히 이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을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도 계속 떠들곤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판단 능력이 이 아이들에게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비고츠키 식으로 말하면,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정신과정mental process의 발달이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교사가 버젓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이런 카오스가 계속 진행된다. 해서, 한 번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인내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그래도 도무지 변화가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아이들은 나쁜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라고.

 

이런 각성이 일면, 아이들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는다. 할 수 없이 내가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한다.

-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이웃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교실이라는 모둠살이에서 선생님은 가정에서 부모님만큼이나 중요한 존재라는 것. 부모님이 힘들면 가정이 휘청거리듯이, 선생님이 여러분 때문에 힘들면 교실이라는 공동체가 힘을 잃는다는 것... 등등을 말했다.

 

그랬더니, 그 뒤 또 다른 불편이 발생한다.

내가 의자에 등 기대고 멍하니 있을 때마다, 눈치 있는 녀석이 계속 얘들아, 비상상황이다!”를 외치는 것이다.

 

이 불편 또한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 때론 선생님이 너희들 때문이 아니라 내 문제로 인해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이 두 상황을 너희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후자의 경우엔 내가 지그시 눈을 감으마...

 

내가 원래 혼자 생각에 잠기는 걸 즐기기도 한다.

오늘 모종의 정서적 혼란으로 인해 잠시 멍때렸는데... 아이들이 이러니 하하.... 우울한 상황이 아이들 때문에 웃음 짓게 된다.

 

이번 주도 화이팅이다!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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