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반장선거

리틀윙 2017. 9. 15. 08:36

반장 선거에 나올 사람?

물었더니 몇 명이 저요!” 한다.

 

그 중 아주 뜻밖의 인물 하나가 손을 들었다. 덩치도 작고 공부도 잘 못하고 책도 더듬더듬 읽는데다가 자신감이 부족해 목소리도 아주 작은 아이다. 이런 아이가 반장 선거 출마라니!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뽑아 주지 않을 것만 같아 혹 상처를 받을까 걱정했는데, 내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뽑아주지 않았지만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자기를 뽑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도 투표용지에 자기 이름을 적지 않고 다른 어떤 후보 이름을 적었다.

 

이름 적기 전에 어떤 아이가 내게 선생님, 자기 이름 적어도 돼요?”라고 물었을 때, 내가 모두를 주목시킨 뒤에 자기 이름을 적어야만 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했다. 아마 아이도 그걸 이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 적었다.

이게 3학년이다.

 

201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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