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라고 한 아이가 선물을 들고 왔다.
이런 거 받으면 안 된다고 하니, 엄마가 주시는 게 아니라 자기 용돈을 아껴 모은 돈으로 샀단다. 레모나인데 4천원 들었다고 한다.
참 반듯한 아이이다. 종례 때 전체적으로 인사 하고 꼭 교실 문을 나서면서 따로 내게 한 번 더 인사를 건네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선의로 건네는 소박한 물품까지 거절하는 것이 어떤지 오전 내내 고민해 봤다. 사법적 판단이 아닌 교육적 판단을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김영란법을 따르는 것이다.
이 법은 부패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바르게 고쳐가는 훌륭한 법이다. 시행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인만큼,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계도 내지 홍보 차원에서라도 원칙대로 처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입장을 이야기 해주며 레모나 통을 가방에 넣어 주며 어깨를 다독였다.
갈수록 우리 반 아이들이 정이 간다.
2017.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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