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관계의 결

리틀윙 2017. 4. 30. 07:07

토요일이지만 아침에 눈 떠서 문득 학교에 가고 싶었다. 이거 정신병 초기증상 아닌지 모르겠다.

 

혼자 교실 환경판 갈고 있는데, 조용한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교실 문을 열어보니 우리 반 여자 아이 둘이가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왔으면, 들어오지 왜 바깥에서 그러고 있어?

   

속으론 들어오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던 모양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대부분의 아이들과 달리 녀석들은 우리 반에서 제일 조용한 아이들이다.

 

들어와서 내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하니 배시시 웃으며 그러겠다고 한다.

 

   

아이들이나 나나 서로 묘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결은 시간과 공간의 함수관계에 말미암는다. 

똑같은 공간이지만, 토요일 아무도 없는 교실 상황에서의 이렇듯 우연한 만남은 관계의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교육은 관계다.

관계는 접속이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시간좌표나 공간 좌표에 약간의 변화를 주며 접속의 결을 달리하면, 관계의 질적 변화가 이루어진다.

 

아침에 학교로 운전해 가면서 신호 걸릴 때마다 이거 미친 짓 아닌가?’ 싶었지만, 이 아이들과의 소중한 접속만으로도 학교 오길 잘 했다싶다.

 

20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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