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에콜로지

생태 교육

리틀윙 2017. 6. 26. 10:32

어떠한 교과든 교육은 그 자체로 도덕적 가치를 생명으로 한다.

내가 담임을 맡을 때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가치가 더불어 살아가기아프리카 코사 언어로 우분투이다. 더불어 삶속엔 미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와의 연대적 삶이 포함된다. 지구촌의 동식물과 사이좋게 살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생태주의이다.

 

순진한 우리 반 아이들에겐 교사가 힘주어 하는 말이 아이들의 머리와 영혼 속에 깊게 파고든다. 3월초에 북극에 빙하가 녹아 살 터전을 잃은 북극곰의 이야기를 영상과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에어컨에서 나오는 프레온가스라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우리 이번 여름에 에어컨을 적게 틀자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러자고 했더니 아이들의 눈빛에서 뭔가 의연한 결의의 반응이 보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 다른 학교에서 담임할 때의 경험에 비추어 말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참 순진하다.

며칠 전에, 수업 마치고 우리 교실에서 기타를 배우는 아이들끼리 기타 연습을 하다가 에어컨이야기를 자기네끼리 주고받는 걸 들었다. 우리 반의 한 아이가 우리 반은 지금까지 에어컨 2번 밖에 안 틀었다고 하니까, 다른 반 아이가 놀라면서 우린 10번도 넘게 틀었다고 답했다. 이에 또 다른 우리 반 아이가 하는 말, “얘들은 북극곰의 고통에 대한 교육을 안 받았는가 보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더위가 참을만했다. 우리 교실은 창문을 열면 복도와 교실에 맞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견딜만 하다. 그런데, 어제부터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몇 번 틀었다. 그러니까, 몇몇 아이들이....

선생님, 북극곰!” 하는 거다.




 

아이들이 참 기특했다. 사실, 나도 에어컨 안 틀고 싶었지만..... 며칠 전 직원협의회 때 교장선생님께서 에어컨 안 틀어 준다는 민원을 받았다며 전기세 걱정하지 말고 시원하게 틀어주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내 소신대로라면, 아이들도 동의하고 나도 견딜만하기 때문에 적어도 오전 2교시까지는 안 틀어주고 싶다만...... 나도 이제 나이가 든 건지, 학부모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이삼십대 때 제일 미운 교장이 겨울에 난로 기름 공급 안 해주고 여름에 에어컨 못 틀게 하는 교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학부모 민원 전화에 교실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주라고 하시는 교장선생님께 약간의 유감을 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민원 들어온 학급이 몇 학년 몇 반인지 모르지만.... (착각인지 몰라도 우리 반 학부모님들은 나를 신뢰???) 만약 우리 교실이 아니라면...... 나는 그 담임교사가 참 존경스럽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후덕하신 분이라 교사들이 냉난방 가동에 눈치를 전혀 안 본다. 교사 자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더우면 자신도 더울 터이고, 에어컨 가동을 절제했다는 것은 어떤 신념에 기반한 결정일 가능성이 많다.

 

예전에는 나쁜 교장들이 학교를 망쳤고, 지금은 생각 없는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을 망친다.

     

2017.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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