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에콜로지

작은 새

리틀윙 2013. 1. 10. 16:32

 

 

점심 먹고 올라오니 복도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출구를 못 찾아서 쩔쩔 매고 있다.

문명과 생태는 불가피한 모순관계일까? 투명성에 대한 아무런 개념을 갖고 있지 않는 날짐승에게 유리창은 아무리 애써도 넘을 수 없는 철옹성벽이다. 문명을 지어 동물을 힘들게 하는 인간의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다.

자유를 찾아주려고 창문을 여는데 계속 도망간다. 복도 끝이다. 더 이상 도망갈 데도 없다. 표정을 관찰할 수 없지만 겁에 질렸을 것 같다. 나가는 모습 보고 들어가려는데, 나 때문에 못 나가는 것 같아 그냥 들어와서 글을 쓴다.

어린 시절, 얼어 죽어 길 위에 누워 있는 참새를 보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잠시 후 계속 써 내려간다.)

 

 

 

내 노력이 헛되게도 녀석의 생명이 다하고 말았다. 첫 글을 쓴 10분 뒤에 가 보았을 때는 2층과 3층 계단 사이에 있는 창가에 저렇게 앉아 있었다. 나는 옳거니 하면서 의자 놓고 올라가 창문을 열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다가가서 창문을 열어주어도 도망가지 않더니 아마 그때 이미 힘이 다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고 바로 등 뒤에 창으로 찬 공기가 들어온 것을 느낄 테니 밖으로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녀석이 있던 곳은 햇빛이 비치는 곳이었다. 나는 내가 창문을 열었을 때 곧바로 나가지 않길래 햇빛이 좋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1시간 쯤 뒤에 다시 현장으로 가봤다. 나는 분명히 나가고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생명이 다해 있다. 녀석이 있던 창 아래의 바닥에 쓰려져 있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 쓰레받기를 들고 와 녀석을 아이들 발길이 닿지 않는 뒷산 대나무 숲으로 보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창문도 열어 줬는데 왜 나가지 않고 죽었을까? 아마도 추운 날씨와 관계있을 것 같다. 녀석의 서식지인 주변의 산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열흘 전 쯤에 내린 눈이 추운 날씨 때문에 아직 녹지 않고 있어 야생동물의 입장에선 먹이 구하기가 힘들 것 같다. 며칠을 굶었을 어린 생명이 추위를 피하러 건물로 들어왔다가 창문 근처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며 무리하게 날개짓 하면서 힘이 다 빠진 것으로 추측된다.

 

물적 조건이 척박해질 때 가장 타격을 많이 입는 쪽은 사회적 약자이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을 때 보통 서민은 외출을 삼가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되지만 최소한의 난방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기층민중은 추위에 떨어야 한다. 그런데 30년만에 찾아든 동장군의 기승에 야생의 동물형제들도 이 겨울을 나기가 힘든 것 같아 안타깝다. 새 한 마리의 죽음 앞에 내 마음이 이렇듯 뒤숭숭하니, 며칠 전 화장실에서 동사한 노숙자의 영전에 국화 한 송이 바치고 싶다는 박원순 시장의 심정을 헤어리고도 남겠다.

이래저래 이번 겨울엔 우울한 일만 생긴다. 어서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다. 자연에도 또 사람사는세상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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