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이 학교는...

리틀윙 2017. 4. 3. 10:03

<이 학교는...>

 

공립학교 교사들은 3월이면 다른 학교로 옮겨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생활 여건상 현재 근무지 보다 더 나은 곳으로 옮기기도 하고, 학교 만기(보통 4~5)가 돼서 이동하기도 한다. 해마다 모든 교사들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한 사람도 바뀌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대부분의 학교는 매년 이 시기에 새로운 동료를 맞이한다.

 

새로운 학교로 옮겨 근무하는 교사는 누구나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교장(교감) 선생님이나 동료교사, 아이들을 비롯한 인적 환경도 그렇지만 물적 환경이나 학교 특유의 낯선 시스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무릇 긴장불만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처음 며칠 적응을 못할 때는 자신의 불찰로 여기지만, 긴장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시스템에 비판을 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욕구불만의 심리적 기제에서 많은 교사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수사가 이 학교는......”이다. “이 학교는 무슨 회의를 이렇게 자주 여나!”, “이 학교는 시설물이나 집기가 왜 이리 낡았냐? 컴퓨터는 또 왜 이렇게 느리냐?”,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먹냐?” 등등의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유념할 것은, “이 학교는" 타령은 1절만 하고 그칠 일이다. 무엇보다 이 학교에근무해온 동료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입교사가 이 학교는"이란 말을 처음 한번 내뱉을 때는 기존 근무교사도 대부분 그렇죠, 선생님. 우리 학교가 그런 점이 좀 불편해요.” 라고 맞장구를 쳐 주지만 두 번 세 번 거듭될 때는 언짢아 진다. 이런 분들의 심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31일부터 자신도 이 학교구성원이 된 입장에서 이 학교는"이란 어법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둘째, 예의의 문제로서,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앞에서 이 학교를 대상화 하여 흉보는 것은 동료를 흉보는 것과도 같다.

 

셋째, 이런 사람은 학교 옮길 때마다 이 학교는이란 말을 달고 살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이런 분이 흡족해 하는 학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인간이 품는 긴장감을 사회학에선 문화 충격 cultural shock’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문화 충격의 가장 흔한 예가 외국 여행이나 생활에서 겪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한 사람은 누구나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 따위를 느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이 귀국했을 때 거꾸로 본국의 문화가 낯설어 한동안 적응을 잘 못하게 되는데, 이를 역문화충격 reverse cultural shock’이라 한다.

 

공립학교 교사들이 3월마다 겪는 이학교는 신드롬' 또한 문화충격-역문화충격의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논리적으로, “이 학교는...”이란 냉소적 수사법은 이전 학교는 이런 점이 좋았는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이전 학교는 지금 또 다른 어떤 전입교사에겐 새 학교가 되고 그는 또 이 학교는이란 냉소주의를 표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인간의 간사한 마음에서 빚어진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이 발전하는 것은 이 모순 때문이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전입자(new-comer)가 겪는 문화충격에서 비롯된 불만이 옳을 수도 있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 있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그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익숙해 있다는 것은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고 문제의식으로부터 맹인이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문화충격으로부터 불만을 품는 사람은 역문화충격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기존 시스템에 속해 있던 새로운 동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학교에 처음 온 교사가 품는 불만은 인지상정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그의 문제의식은 학교발전을 위해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정당성은 기존 동료 앞에서 현재의 학교를 대상화시키는 듯한 이 학교는대신 우리 학교라 일컬을 때만 설득력을 지닌다. 이를테면, “우리 학교는 이런 점이 불편하다. 이전 학교에선 이렇게 했는데 별 문제 없이 학교가 잘 돌아갔다. 우리도 올해 이렇게 바꾸자라는 자세로 새로운 동료와 소통하면 좋을 것이다.


20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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