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1

사제지간의 존경과 애정의 유통기한

리틀윙 2016. 10. 11. 08:31

도시문화체험학습.
학년별로 대구 곳곳을 탐방한다. 나는 3학년 보조교사로 함께 하고 있다.
마지막 행선지로 교보문고에서 책 쇼핑을 하는데 작년 담임했던 학년 아이들도 여기에 와 있다.



이 아이들은 참 예쁜데 한 가지 면에서 가끔 나를 불편하게 한다. 학교에서 나를 만나면 인사를 안 한다. 지금 이 아이들 전담 수업을 들어가는데 수업시간에 몇 번이고 지도를 했다. 모르는 아저씨도 아니고 작년 담임에게 제발 인사 좀 하고 지내자고.
나무라는 게 아니라 부탁 아니 호소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그리 해야만 한다고. . .
그 뒤 몇몇 아이들은 깎듯이 인사를 한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은 아직도 여전하다. 바로 어제 수업시간에도 그 말을 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만나도 인사를 안 한다. 마치 내가 다른 학교 교사인 양 직접 눈이 마주쳤는데도 소 닭 보듯이 고개를 돌려 버린다.
못 본 체 하려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함께 있는 두 아이를 불렀다. 인사 좀 하자고, 제발!
그리고 또 다른 아이랑 마주쳤다. 이 아이도 불러 타일렀다. 이 아이는 그나마 진심으로 미안한지 죄송하다고 한다.
“내가 니네 작년 담임이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얼마나 서운하겠는지?” 라고 했더니, 진정으로 뉘우치는 기색을 보인다.
사제지간의 존경과 애정의 유통기한이 1년이 전부인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교육이 고도의 감정노동으로 전락한 시대인 것은 확실하다.
나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젊은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후배교사들에게 이런 상황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
What is to be done?
201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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