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페다고지

리틀윙 2017. 2. 27. 00:55

내 첫 발령 때 전교조 선배들이 이끈 독서모임에서 접했던 [페다고지].

사실 구판 페다고지는 지금 보면 번역이 엉터리다. 그럼에도 암울한 그 시절 어려운 이 책을 우리 말로 옮기기 위해 번역자는 얼마나 많은 실존적 고민과 학문적 분투를 했을까 생각하면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우리 지성사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페다고지!

이 네 글자만을 놓고서도 한 시간 정도 말할 거리가 있을 것 같다.

 

페다고지를 말하자면 프레이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말해야 하고, 한국 진보운동사를 말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당파성을 논해야 한다.

당파성이란 개념을 논하려면 빨치산이 언급돼야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민중가요로 임정득 씨가 집회장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 [벨라 차오]를 말하고 싶어 진다.

빨치산은 지리산처럼 무슨 산 이름이 아니다. 불어로 빠르띠장영어로 ‘partisan’은 인간해방을 위해 보잘 것 없는 무기로 가공할 파쇼 병력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산화해 간 이름 모를 체 게바라의 화신들이다.

1989년 전교조 창립 후 교단에서 쫓겨난 수많은 영웅적인 교사들이 빠르띠장이다. 그런데 그 영웅들 가운데 일부는 종파패거리로 변질되어 전교조를 망쳐왔다. 내 책에서 지양이란 화두로 적었듯이, 영웅과 도둑은 한 몸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부단히 성찰하며 자기혁신을 게을리 하면 어제의 영웅이 오늘의 도둑이 된다.

 

 

 

대학 4년 내내 술집과 당구장을 전전했던 탕아를 지성의 길로 인도해 준 책, 공교롭게도 이 책은 훗날 내게 박사학위라는 날개를 달아준 책이기도 하다

 

삼십대에 내가 그랬듯이 지적 갈증으로 목말라 하는 후배 교사들을 위해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강독해보고 싶다.

 

201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