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누구든지 죄 짓지 않은 자 있으면...

리틀윙 2017. 2. 26. 19:23

I’ve been cheated by you, since I don’t know when.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당신은 나를 속여 왔어......

 

뮤지컬 제목으로도 유명한 그룹 아바의 [맘마 미아]의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문맥에서 cheat(속이다)바람피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남친이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눈치 챈 소녀가 막상 그 놈하고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만(So I made up my mind it must come to an end), 그 놈 앞에 서는 순간 다시 사랑의 불길이 타올라(there’s a fire within my soul)... 어머나 어쩌면 좋아(Mama mia) 하면서 결국 그 놈을 거부할 수 없다(how can I resist you)는 내용이다.

우리 한국인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 음악이 이렇듯 한심한 정신세계를 노래하고 있는지 우리는 몰랐다. 한때 동명의 뮤지컬이 대흥행을 이루면서 학교에서도 특히 영어시간에 이 노래를 많이 가르치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바람직한 성의식의 정립이란 차원에서 이 음악을 반면교사의 모델로 삼아 가르쳐야 한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내 딸들이 언젠가는 사랑이란 이름의 성애(sexual love)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 딸들에게 나는 이렇게 가르치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그 놈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어머나 어쩌면 좋아... 나는 당신 없이 못 사는데...” 지랄 떨 게 아니라......, 쿨하게 커플링 테이블 위에 놓고서 귀싸대기 한 대 날리고 미련 없이 끝내라고.

 

그러면, 그 놈이 나를 속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진지하게 고백해 오면 어떡하는가? 이럴 경우, 박수 치며 보내라고 충고하겠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사랑도 그러하다. 예전에 이동통신(KTF) 광고 문구처럼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연애 관계가 아니라 혼인 관계에 있는 남자가 그러면 어떡할 것인가?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수 치며 보내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내게서 떠난 마음이 애걸복걸한다고 해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

일부일처의 혼인관계가 상대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나 지배를 인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반대로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질곡의 시스템일 뿐이다.

 

>>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으면서 일생동안 서로 묶여져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의 노예가 되어 결혼의 의무상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포옹에 응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 그 어떠한 욕설이나 폭행보다도 굴욕적이고 잔인한 일이다. 만테가자(Mantegazza)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전적으로 옳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애무에 응하도록 강요하는 일보다 더 비인간적인 잔혹행위는 없다. << - 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에서

 

물론, 혼인관계의 시작 때 엄숙히 선서하듯이, 두 사람이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을 일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랑은 움직이게 되는데, 불합리하게도 남자에겐 갈아타기의 자유가 어떤 암묵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이 되는 반면, 여성에겐 그런 자유를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구속한다.

신안군 성폭행 사건에 관한 나의 글에서 적었듯이, 섹스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동방오입지국의 남성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룸살롱을 들락거리면서 자기 아내와의 혼인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해 가는 분열적인삶에 너무 익숙해 있다. 부인들 또한 그런 일탈을 별 심각한 문제의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내 남편이 매매춘을 일삼는 것은 불륜이 아니라는 것, 그런 천한여성은 자신의 연적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마음이 이동하여 이별을 진지하게 통보해 오는 남성에겐 불륜이란 올가미를 씌워 패륜아로 몰아간다. 최근 홍상수 감독에게 우리 사회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이 두 가지 생활양식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인가를!

화장실에서 상습적으로 여성팬을 성폭행한 박유천과 홍상수-김민희 커플의 몰래한 사랑을 불륜이란 이름으로 똑같이 단죄하는 기사를 쓴 기자의 미분화된 사고력에 나는 경악한다!

http://www.hankookilbo.com/v/53c4cce0992243c49b3c327b22a06684

 

 

동방오입지국 한국사회엔 다른 사회에서 잘 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있다. 도심 곳곳에 그렇게 많은 모텔이 들어서 있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회의 수도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둘의 역설적 조합은 필연이다. 주중에 음지에서 죄를 짓고서 주말에 양지에서 용서를 구하는 블랙코미디가 우리의 일상인 것이다.

 

불경기에도 여관업은 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전국 방방곡곡에 그렇게 많이 공급되고 있는 러브호텔의 수요는 어떻게 채워지는 것일까? 대낮에 방이 없어 포화상태를 이루는 그 방들엔 도대체 누가 들어갈까?

양지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우리의 선량한 우리 이웃들이 수요를 채우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러브호텔은 벌써 망했어야 한다는 팩트를 직시해야만 한다.

이들 가운데는 치기어린 불장난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나름 진지하게 아름다운 사랑을 경작해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행위에 불륜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사회적 린치를 가하는 것은 폭력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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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been cheated by you, since I don’t know when.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나 몰래 밤마다 사랑을 갈아타는 멀쩡한 남편 보다, 진지한 자세로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해 오는 불륜남이 차라리 낫지 않은가?

 

누구든지 죄짓지 않은 자 있으면, 홍상수-김민희 커플을 돌로 쳐라.

 

(요즘, 내 글작업은 기---19금으로 일관하는 듯하여 나도 불편하다.

그러나......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은 그 자체로 교육적인 것이다. 교사인 사람도 19금 이야기를 진지하게 논할 수 있어야 한다. [마마 미아]라는 한심한 대중가요에서 보듯 우리 아이들은 이미 심각하게 왜곡된 성의식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덧붙임)

홍상수 감독이 잘 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랑은 이동하는 것이지만, 혼인관계에 있는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차원에서 홍 감독의 처신은 무책임하고 사내답지 못한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 사랑은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과 여배우가 받을 사회적 파장과 타격이 엄청날 것인데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사회적 편견과 위선을 향해 투쟁을 선포한 용기가 가상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말 구역질나는 것은,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러온 모 남자연예인의 비행과 이들의 행보를 똑같은 연예인의 일탈로 규정하는 이 나라의 한심한 저널리즘의 행태다.

 

2016.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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