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뭘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성품은 뭔가?
나는 ‘자존감’이라 생각한다.
자존감에 조응하는 기질은 ‘반항정신’이다.
교사인 사람은 누구보다 품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품위있는 교사가 품위있는 학생을 길러 내는 법이다. 교사는 자신의 고귀한 자존감을 짓밟는 어떠한 권위에 대해서도 저항하며 품위를 지켜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
.
반항정신의 대립지점에 있는 자질, 즉 인간다운 삶과 가장 거리가 먼 성향은 ‘노예근성’이다. 교사인 사람이 가장 경멸하고 경계해야 할 자질이다.
1988년 첫 발령을 받았을 때, 가슴 속에 파릇파릇한 페스탈로치의 꿈을 품고 있었던 내게 학교가 너무 실망스러웠던 것은, 교직사회에 만연한 ‘노예근성’때문이었다.
오늘 내려 보내면서 오늘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이 오면 교감이라는 사람이 신규교사에게 수업시간에 아이들 자습시켜 놓고 공문처리하게 하는 기형적인 일상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풍속도가, 직원협의회 때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입도 벙긋 못하는 사람들이 친목배구 한다 하면 생기발랄해지는 군상들이, 나는 너무 경멸스러웠고 또 그 속에 내가 있는 게 너무 싫었다.
그로부터 지나온 내 28년의 교직살이는 순전히 그 좃 같은 노예근성으로부터 나를 지켜낸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최근, 성과급 균등분배 하면 “혼난다!”는 상부의 훈육적 조치를 접하면서 모종의 적개심과 반항정신이 끓어오른다.
교육부의 관료들이 ‘선생’이라는 사람들을 흡사 학생주임이 문제학생 단속하듯이 대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그렇고, 독재자와 그 주구들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이 암흑시대엔 선생으로서 품위있는 삶을 살기가 어렵다.
힘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겉으로 어떤 액션을 취하진 못하더라도, 속으로는 파도 같은 분노를 품어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 이 세상은 바뀐다. 그 중심에 교사가 있어야 한다.
교육자는 시대의 양심이다.
2016.7.5.
'삶과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든지 죄 짓지 않은 자 있으면... (0) | 2017.02.26 |
---|---|
창밖의 남자 (0) | 2017.02.26 |
교사들이여, 과격해 지자(1) (0) | 2017.02.26 |
어떤 대학교수 (0) | 2017.02.15 |
대학교육의 리얼리티 (0) | 2017.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