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다부 꼼뮨

리틀윙 2017. 2. 26. 18:56

 

혁신학교에서 가장 힘든 난제 가운데 하나가 학생자치이다.

 

우리 학교를 비롯 많은 혁신학교들이 매주 1시간씩 다모임이란 이름의 학생자치회를 운영한다. 우리 학교는 매주 수요일 5교시에 다모임을 배치하여 다양한 학생자치를 실천하고 있다.

 

전교생을 모을 때, 자리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학년별로 앉게 할 것인지, 두레별로 앉힐 것인가 하는 것이다. 두레는 무학년제로 1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이 섞여 있는 집단이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지만, 나는 절대적으로두레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년끼리 앉으면 좋은 점은 아이들이 덜 떠들고 집중을 잘 한다. 반면 두레별로 앉으면 낯선 구성원들끼리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산만해지기 쉽다.

 

올해 처음엔 학년별로 앉히다가 4월 어느 시점에 처음 두레별로 앉혔더니 너무 소란해서 선생님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오갔다.

그러나, 새로운 input을 투입했을 때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새로운 교육실천을 철회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그것이 교육적으로 가치있는가?” 하는 것일 뿐이다.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무엇이 잘 먹혀들지 않을 때 교사의 고민은 방법론에 모아져야 한다.

 

나는 이 경우엔 방법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우리가 당면한 불편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약간의 훈육적 자극을 장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것은 아이들이 너무 소란할 때 모든 진행을 멈추고 조용해 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사가 아이들을 상대로 침묵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주효했다!

 

지금 두레별 다모임은 정말 잘 돌아간다.

어제는 다가오는 학부모주최 12일 캠프 때 장기자랑 발표를 위해 두레별로 무엇을 할 것인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1학년에서부터 6학년이 함께 하는 무학년제 시스템에서 이른바 학년성의 한계로 저학년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 특히 토론에서 그러하다. 그런데 올해 아이들은 너무 신기할 정도로 이 이질집단 내의 조화미를 기특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다부 꼼뮨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실로 내 교직생애에 이 보다 더 가슴 벅찬 미학적 경험을 한 적이 없다. 학교에서 이 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까?

 

 

6학년 형아와 1학년 꼬맹이 사이에 저렇게 따뜻한 시선이 오가는 곳에서 학교폭력이 생길 수 있을까?

이 완벽한 정서적 연대를 기반으로 왁자지껄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비고츠키가 말하는 공유된 활동 shared activity’이 왕성하게 일어나니.... 어떤 훌륭한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에서보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스승과 학생이 되어 교과서를 통해서는 배우지 못한 값진 체험학습을 해가는 것이다.

 

다부꼼뮨 만세다!

 

2016.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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