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다부초 졸업식

리틀윙 2014. 2. 16. 17:59

학교 행사에서 다부초의 가치가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다부초에서의 첫날 입학식 때와 한 해의 맨 마지막 날인 졸업식 때 그걸 실감합니다. 아래 사진은 1학년 꼬맹이들의 입학식 장면인데, 맨 앞줄에 있는 10명 남짓한 아이들이 머리에 풍선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모두가 주인공으로 대접받으며 딱딱한 의식 진행이 아닌 마술 구경을 하게 되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요?

 

 

 

지금부터의 모습들은 지난 ()의 졸업식 장면입니다.

팜플렛 상으로는 여느 학교의 졸업식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가 교내상과 대외상 시상이 간소화되는 반면 재학생과 교사 그리고 졸업생들이 연출하는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점입니다. 다부초 졸업식에서는 송사-답사 따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졸업식 노래도 "빛나는 졸업장에..." 가 아닌 (우정과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인데 제목을 모르겠네요) 아주 멋진 가요를 모두 같이 부릅니다.

 

 

그 구체적인 면면을 살펴 보면...

1학년부터 5학년 후배들이 6학년 선배들을 위해 축하공연이나 칭찬 멘트를 날리며 졸업을 축하합니다. 아래는 1학년 막내들이 형아들에게 꽃을 달아주는 모습 같네요.

 

 

 

3학년 친구들이 축하공연으로 난타 연주를 합니다.

 

 

계속해서 4학년 친구들의 밴드공연.

이 영상은 식전에 제가 5학년 학생에게 부탁해서 미리 찍은 겁니다. 실제 공연에선 노래 부르는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올드 랭 사인]을 불렀다네요.

 

계속해서 아래는 5학년 친구들이 형아들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장면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상장을 주는 게 아니라 후배들이 선배에게 상장을 제작하여 주는 겁니다. 상장 문구로 한 예를 들면, "이아무개 형아는 우리들이 장난을 걸어도 항상 웃으면서 받아주었기에 그 착한 마음씨를 칭찬한다."는 식입니다. 학교장이 수여하는 상장보다 더 진정성이나 가치가 높은 상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개 드리는 마지막 장면은 졸업식의 끝자락에 6학년 졸업생들이 무대 위에 올라와 6년간 정든 학교를 떠나는 소회를 피력하는 장면입니다. 교무부장으로부터 무선 마이크를 건네 받아 졸업생이 한 명씩 후배들과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무대의 반대 편에 있는 객석에서 해당 학생의 부모님이 마이크로 답사를 하는 겁니다. 놀랍게도 평소에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열어 보이지 않는 아이조차 이 장면에선 자기의 이야기를 매우 감동적인 어조로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는 것입니다. 나는 우리 다부 아이들이 이렇게 말을 잘 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간 우리 아이들 공부 못 한다고(?) 폄하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26년 교직생애에 지켜본 졸업식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고 내용이 알찬 최고의 졸업식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다부초의 자랑이고 다부 교육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훌륭한 졸업식을 기획하고 연출한 동료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크나큰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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