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정상적인 섬김의 문화

리틀윙 2013. 10. 21. 22:13

 

 

 

 

월요일 점심시간마다 아이들과 차를 마신다. 교무부장의 제안으로 실천해보는데, 시간도 많이 잡아 먹고 어떤 면에선 여간 귀찮지 않다. 그러나 뜻밖으로 아이들이 좋아한다. 황병기의 가야금 음악을 들으며 slow, slow로 차 맛을 음미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과잉행동성(ADHD???)도 누그러드는 효과도 있어 좋다. 어느덧, 나도 이 시간이 기다려지곤 한다.

 

 

다른 곳에선 늘 섬김을 받다가 이 학교에 와서는 내가 아이들을 섬긴다.

다른 학교에 근무할 때, 학부모들이 담임교사를 섬기려는 문화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습속에 적응이 되었던지, 처음에 이 학교에 와서 그게 전혀 없으니 약간 허전한 것 같기도 했다.

지금은 거꾸로(아니 정상적으로”) 내가 아이들을 섬기니, 나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다부에 와서 여러모로 많이 배운다.

실로 내가 정말 권위적인 교사였다는 것을 교직 생애 26년 만에 깨닫는다. 물론 권위적인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아온 권위주의 시대와 나보다 40년 가까이 젊은(?)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어떠한 교사도 아이들에겐 '보수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안의 식민지적 유산은 고쳐 나가되 보수적 가치는 품고 아이들에게 전승해줘야 한다. 그게 교육이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한계를 못 넘어선다. 나는 내 한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수시로 나를 돌아봐야 한다.

발전이란 기존의(existing) 한계를 점차 확장해가는 노력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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