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다부초의 월요일 아침 풍경

리틀윙 2013. 6. 10. 08:07

 

 

 

월요일 아침 학교에 들어서면 다른 학교에선 주말에 중딩들이 어지러 놓은 담배꽁초나 소주병과 치킨뼈다귀를 볼 수 있건만 이 학교에선 ‘사대강 공사’ 한 흔적 따위가 눈에 들어온다.

대개 초등학교는 동네 중딩 꼴통들의 해방구다. 숨 막히는 경쟁교육시스템 속에서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에게 초등학교는 일종의 피난처인 것이다. 초등학교 교육자의 입장에선 물론 반갑지 않지만 어찌 할 수가 없다. 강압적으로 다루다간 학교 유리창이 깨지거나 하는 반대급부(?)가 돌아오기 때문에 그냥 못 본 채 넘어간다.
초등학교에서 보여주는 중딩들의 이런 일탈적 행태가 해로운 것은 초등 아이들이 그대로 답습하는 점이다. 주말에 중딩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월요일 아침 초딩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줍는데 몇 년 후엔 이 ‘피해자들’이 그대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부초등학교에선 이때껏 중딩들이 학교에 와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못 봤다. 이 동네 중딩들은 질풍노도를 겪지 않는 것일까?

첫째,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 졸업생에 비해 덜 그러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릴 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흙땅을 실컷 파디비는 놀이(=내 용어로 ‘사대강 공사’)나 해질녁까지 축구공 뻥뻥 차면서 보낸 아이들은 질풍노도를 겪을 일이 잘 없을 것이다.

둘째,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학교에선 안 좋은 청소년 문화가 그대로 초등 후배들에게 학습이 되는데 이곳 아이들은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은” 미풍양속이 전승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학교니까 지역 사회 주민들이나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소중한 문화와 전통의 상징이다. 졸업한 뒤에도 청소년들이 ‘내가 다닌 학교’ ‘우리 후배 학교’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른바 ‘공동체 정신 we-feeling’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다부초는 아이들의 성장에 훌륭한 배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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