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다부초 현장학습 후기

리틀윙 2013. 4. 20. 12:11

어제 아이들과 함께 한 현장학습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2가지 해프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부초에선 숲체험이란 이름으로 현장학습을 나섭니다. 오전에 칠곡 송정휴양림에서 해설사로부터 숲 속 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데, 아이들은 다소 지루해 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우리 아이들 모습, 꽃보다 더 예쁘고 귀엽습니다. 다부초 아이들은 공부는 잘 못하지만 표정은 아주 밝습니다.

 

 

 

 

숲을 나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칠곡종합공설운동장으로 향하였습니다.

다른 초등학교에선 이맘때쯤 운동회 연습하느라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힘들어 할 것이지만 다부초에선 운동회 연습 따위는 없습니다. 하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휴양림 근처에 있는 공설운동장에 사전 허락을 받아 아이들이 우레탄 운동장을 밟아 보게 했습니다. 전교생이 한라-백두로 나뉘어 이어달리기를 벌이는 모습인데, 60명 남짓한 아이들을 400미터 트랙에 분산시켜 놓으니 안 그래도 적은 수의 아이들이 더욱 적고 또 작아 보입니다.

 

 

 

 

여기서, 대박 웃음을 자아낸 첫 번째 해프닝이 일어납니다.

이어달리기 다음 순서로 학반별 개인달리기를 벌이는데 맨 첫 순서로 유치원 아이들이 뜁니다. 아이들에게 저기까지 뛴다고 일러 주었는데, 결승선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 직선 주로를 넘어 곡선 주로까지 달려갑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결승선이 어디 인지도 모른 채 승부욕에 불타 옆 친구가 달리니 계속 달린 것인데.... 급기야 담임 선생님께서 멈춰라고 하면서 달려가 보지만, 선생님의 걸음보다 아이들의 걸음이 더 빨라 선생님은 잡기를 그만 포기하고....... 아이들은 맙소사, 400미터 운동장을 완주했습니다. 다부초등학교 아이들은 평소에 많이 뛰어놀기 때문에 체력이 좋은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인지 몰랐습니다. ㅎㅎ

 

 

 

 

달리기를 마치고 운동장 건물 밖의 그늘에서 아이들이 각자 준비해온 간식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죠. 간식 타임이 끝나고 버스로 향하기 전에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는데, 빗자루가 없어서 깨알같은 라면과자(뿌셔뿌셔)를 일일이 손으로 다 줍는 지극정성을 발휘하는 아이들이 기특했습니다.

그런데!

내 뇌리를 강타하는 한 장면이 포착되어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아이들의 노력으로 주변이 깨끗해졌는데, 사이즈 상으로 라면 부스러기보다 몇 십배가 더 큰 담배꽁초는 저렇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자기가 버린 쓰레기만 주웠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 특유의 융통성 없는 처신(?)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이들 각자가 자기가 버린 것만을 주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안 버린 아이는 아무 것도 줍지 않아야 하죠.

제가 볼 때, 아이들의 눈에 저 담배꽁초가 엄청난 혐오대상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학교에서나 사회적으로도 금연 교육이나 홍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뇌리에 담배는 위험물질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흡연가 분들, 담배 끊으시기 바랍니다^^

'다부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부초의 월요일 아침 풍경  (0) 2013.06.10
반장 선거  (0) 2013.05.03
교사와 학생 사이  (0) 2013.04.19
아이의 변화  (0) 2013.04.16
체육수업  (0) 201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