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이. 허클베리핀 마냥 공부는 뒷전이고 열심히 놀기만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4학년이 돼서 구구단도 모르고 ABCD 쓸 줄도 모르니... 이 아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남겨서 공부를 가르쳐 봤습니다.
<Before>
억지로 남아 ABC 꼬부랑 글자를 쓰는데 표정이 영 죽을 맛입니다. 급기야 특유의 성질을 부리면서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냐”고, 차라리 때려 달라며 손바닥을 내밉니다.
나도 속이 많이 상합니다. 이 녀석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안되는데 도무지 내 뜻을 따르지 않으니...
<After>
그러던 아이가 오늘 4시 이후 친구들이 다 돌아가고 없는 빈 교실에서 혼자 남아서 곱셈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오해 마십시오. 제가 공권력을 발동해 억지로 남긴 것 아닙니다. 방과후 스포츠 프로그램 마치고 가방 가지러 교실에 들러 나보고 ‘곱셈 문제’ 좀 내달라면서 스스로 푸는 겁니다. 아이가 그 좋아하는 카드놀이(딱지 비슷한 것) 만큼은 아니지만 곱셈 문제 푸는 데 한껏 흥미를 느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구구단은 7단까지밖에 못 외웁니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준 ‘구구단표’를 대조해가면서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학습 수행능력이 뛰어나 오늘은 그 어려운 2자리 곱하기 2자리 문제를 5분 정도 설명해줬는데, 방금 5문제 가운데 4문제를 맞힙니다. 이른바 머리는 좋은 아이인가 봅니다. 보아하니 시간만 있으면 더 남아서 풀 분위기인데, 나머지는 집에서 풀어보겠다 하면서 방금 집에 돌아갔습니다.
다부초 와서 최소한 이 아이에게서 내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아이로 인해 행복한 하루입니다.
건강한 자에겐 의원이 필요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