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우리 반 아이들

리틀윙 2013. 3. 14. 20:59

 

 

 

 

 

 

 

 

우리 반 아이들이다.

여자 셋 남자 넷 합이 일곱인데, 일곱의 색깔이 저마다 다르다. 남자 넷 가운데 셋은 공부와 담 쌓고 사는 녀석들인 반면 나머지 한 아이는 학구파이다. 여자 아이 둘은 항상 붙어 다니는데 약간 공주과이다. 반면 다른 한 아이는 남자 아이들보다 더 활동적이다. 아이들 말로 남녀 통 틀어 우리 반에서 힘이 제일 센 아이라고 한다. 이 녀석은 현재 공부를 썩 잘 하지는 못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 어휘력과 사고력이 뛰어나다.

 

 

 

 

아침에 학교 오자마자 1교시 시작할 때까지 운동장에서 실컷 논다. 이 학교에선 아침자습이란 개념이 없다.(솔직히 나는 이게 불만이다.) 중간놀이 20분과 점심시간에도 신나게 노는데, 체육시간에도 활동적인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여자 아이 둘은 가열찬 신체활동을 힘겨워 한다. 이 중 예쁘장한 한 녀석은 어제 종례시간에 인사하다가 그만 귀걸이가 빠져버렸는데 거금 35천원짜리라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귀걸이를 찾은 다음 내가 귀걸이를 안 하면 안되겠냐했더니 귀걸이 안 하면 귀 뚫은 구멍이 막혀버린다...

 

 

 

 

그런가 하면, 학교 근처에 사는 ○○이는 오늘 같이 쌀쌀한 날씨에도 짧은 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학교에 왔다. 그럼에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물론 이건 부모님의 뜻은 아니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겨울철에 그런 옷차림으로 아이를 내보낼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삶의 조건이 힘들어 보이지만 이 아이는 천성이 낙천적이고 신명이 많다. 공부에 도통 관심이 없어 ABC 알파벳도 잘 못 읽지만 잔머리는 제법 발달해 있다. 나중에 뭐가 될지 모르지만 어디에 풀어 놔도 제 갈 길 잘 찾아갈 녀석이다. 일곱 녀석 모두 예쁘지만 이 녀석이 그 중 가장 정이 간다. 또 존재조건상 내 애정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할 아이이기도 하다. 3월부터 여름 옷을 입고 다니는 이 녀석을 나는 허클베리 핀이라 부르고 싶다. 다부초가 표방하는 교육 스타일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 나오는 딱 그 분위기로서 전문적인 용어로 포장하면, 루소 식의 자연주의 교육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살인적인 경쟁으로 점철되는 이 척박한 한국교육시스템 속에서 저렇듯 해맑은 동심을 간직하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4학년 아이임에도 남여 성별 차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순진무구하게 온몸으로 부대끼는 이런 모습은 내 교직생애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다.

 

이 아이들 잘 길러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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