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멘붕에서 벗어나기-3) 예정된 패배

리틀윙 2013. 1. 20. 13:14

 

 

 

 

며칠 전에 대구 한 식당에서 밥 시켜 놓고서 읽을거리를 찾던 중 사진과 같은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월간지인데 매달 36만부 발행하며 값은 7,000원이라 적혀 있다. 발행인은 전국 외식업 연합회쯤 될 것 같다만, 재미 하나도 없는 이런 잡지를 누가 7천원 주고 사보겠는가? 종이 질로 봐서 찍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누가 매달 수백수천 만원 들여가며 이런 책을 찍어낼까? 내가 볼 때 이건 집권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발행한 선거홍보 매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 정치 자금으로 이런 책자를 찍어 7천원 받고 판 것이 아니라 반대로 엄청난 공작금을 뿌려가며 선거운동원과 알바를 고용해 이 책자를 최소한 대구/경북 같은 보수지역에는 전체 식당에 돌린 것으로 보인다.

 

 

 

 

“300만 외식업 종사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대통령이란 박근혜 후보를 지칭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여당은 대선을 이기기 위해 주도면밀한 준비를 해왔다. 대한민국이라는 몸뚱아리의 실핏줄 구석구석까지 박근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전부였지 않은가? 누구 말대로 새누리당은 민생을 이야기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정치를 이야기 하니 먹고 살기 팍팍한 서민들이 박근혜 후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이미지 쇄신과 함께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한 변신에 완전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을 동일인물인 점을 부각시키면서 정작 자기 혁신은 눈꼽만큼도 한 적이 없다. 이런 나이브하고 안일하기까지 한 민주당은 이제 우리가 수꼴이라 부르는 새누리당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예정된 결과였다. 80퍼센트 지지율이 나온 경상도 사람들 욕하지 말라. 호남과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패배했다. 서울의 경우도 아주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자꾸 엉뚱한 사람을 트집 잡으며 실패의 원인을 돌리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다음 승부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 참패를 통해 한 가지 얻은 결실이 있다면,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무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 실패를 거울 삼아 민주당은 깊이 반성하여 기존의 구태를 청산하고 혁신적인 드라이브를 추진해 감으로써 한국 정치판이 한층 약진해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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