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놀이터와 패권주의

리틀윙 2012. 8. 16. 23:47

아이들 놀이 문화에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중의 하나가 ‘놀이터’를 놓고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풍경이다. 넓은 운동장을 가진 학교에서는 그럴 일이 잘 없겠지만 마당은 좁고 아이들 수는 많은 학교에서는 특히 축구 골대가 있는 공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집단 간(학년 간)에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테면 4학년이 일찍 점심을 먹는 관계로 축구장을 먼저 차지해 공놀이를 하고 있으면 조금 있다가 5학년이 와서 “아침에 우리가 이곳을 찜해 놓았다”며 그럴듯한 협박을 늘어놓는가 하면 6학년은 아예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이곳을 맡아 놓았다”며 최고학년이 누리는 아전인수 격의 패권주의로 지리멸렬한 분쟁에 마침표를 찍어 버린다.

세계사 공부하다가 팔레스타인 대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기원전 586년 신바빌로니아에 멸망당해 나라를 잃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2천5백년이 지난 뒤 나타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력으로 쫓아내고 주인 행세 하는 것이 “유치원 때부터 운동장을 찜해 놓았다”고 얼음장을 놓는 초딩 6학년들의 패악질과 뭐가 다른가?
그나마 6학년의 독재는 합리적이다. 오늘의 피해자가 언젠가는 최고학년이 되어 그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약육강식의 질서는 공평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스라엘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돌멩이 던지는 애들을 장갑차로 깔아뭉개버리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둘레에 거대한 장벽을 쌓아 아예 그곳을 감옥으로 만들어 버린다.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가야 비둘기는 쉴 수 있을까 –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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