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축구대회를 마침

리틀윙 2012. 7. 26. 10:18

 

 

 

 

  학교스포츠클럽 축구 리그전, 5대빵, 4대빵으로 4전 전패가 어제까지의 울 학교 성적이었다. 그런데 가장 무더운 날, 맨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1승을 챙겼다. 10으로 지고 있다가 21로 역전승했다. 경기 운도 많이 따라줬지만 이상하게도 어제 우리 아이들의 눈빛이 예전과 달랐고 볼에 대한 집착력도 굉장히 적극적이어서 뭔가 좋은 결과가 나오겠다 싶었는데 기대대로 됐다.

같이 간 박ㅇㅇ 선생님 말대로 학교 이름 아래 함께 느끼는 승리의 기쁨으로 더위가 생각나지 않았다. 기쁜 소식을 학교 선생님들과 나누기 위해 그룹 문자를 날리니 답장이 속출한다. 더구나 어제 종업식을 하고 행복한 기운이 충만해 있을 시점이었다.

돈이 생긴 것도 빵이 생긴 것도 아닌데 왜 아이들도 교사들도 교장선생님도 학부모도 모두들 기뻐할까? 물질적 이익과 거리 먼 가치를 매개로 모두가 하나 되어 기뻐하는 이 원초적 감성 체계는 (신영복이 말하는) ‘관계론이란 개념으로만 설명이 된다. 실로 스포츠가 갖는 교육적 가치도 이게 전부이다. 여기에 점수(승진점수, 학교경영평가 점수)’ 따위가 개입되는 순간 스포츠의 숭고미는 추하디 추한 짓거리로 전락한다. 마르크스가 말한 소외이다.

소외된 스포츠교육의 전형이 육상대회이다. 여기서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교장, 학교장과 교육장, 교육장과 교육감은 오로지 점수로만 관계를 맺는다. 인간 대 인간의 만남(관계)은 없고 따라서 교육도 없다. 이건 일종의 상거래 행위이다. 그 속에서 아이는 상품으로 오고 간다. 축구는 꼴찌지만 우리 학교엔 군을 대표하는 육상 유망주가 둘 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뙤약볕에서 매일 기계처럼 반복되는 육상훈련에 질려 있다. 그래도 매일 애들을 태워 훈련장으로 끌고간다. 적나라하게 말해 도살장에 소 끌고 가는 기분이다. 군에서 1등을 한 들, 도 대회나 전국대회에 가서 입상권에 들기 힘들고 또 든다 한들 특출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 체육으로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 엘리트체육교육정책 하에서 절대다수의 아이들은 소모품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과학 분야의 영재가 발굴되면 그 아이만 따로 특별한 조련의 절차를 밟지만, 육상은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1퍼센트의 엘리트를 키우기 위해 99퍼센트의 들러리를 세워야만 한다. 또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수시로 대회를 치러서 자극을 주고 잘난 엘리트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 여기서 들러리 선 절대 다수 아이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교육적 의의가 눈꼽만큼이라도 있을까? 3년 전 100M 부문 도대회에서 1등한 우리 학교 졸업생을 훈련장에서 만나 아이의 근황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는 1등이었지만 지금은 등위권 안에도 못 든다고 한다. 체격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육상에 별 흥미도 못 느끼고 하는데, 오후 수업 빼먹고 계속 훈련장에 나오라고 하니 그만 둘까 생각중이라 한다. 속으로 너는 체제 유지를 위한 소모품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네 인생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육상부 두 아이에 비해 돈(?)도 안 되고 내 노력도 몇 곱절이나 더 들지만 이 스포츠클럽 축구대회에서 교육자로서의 보람과 희열을 맛본다. 학교교육 영역에서 치러지는 대회에서 꼴찌를 하고서도 이렇게 환한 웃음을 짓는 경우를 나는 처음 본다. 어제 대회장에서 만난 교육장님에게도 이런 말을 전했다. 마침 며칠 전 교육장실에서 교사연수 문제로 지회장이 돼서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했던 터라 내빈석으로 다다가 인사를 건네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 : 교육장님께서 좋은 교육사업을 펼쳐 주셔서 우리 몸은 고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교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장 :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봐 걱정이네요.

   나 :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아무리 더워도 애들 입장에선 축구를 안 시켜줄까봐 걱정이지, 자기가 좋아 하는 일을 하면서 쓰러지는 아이는 없습니다. 그게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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