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초등 교과서, 너무 어렵다

리틀윙 2012. 7. 19. 19:55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비오는 설악산>이란 시이다.

 

뾰족한 하늘에 구름 하나 걸쳐 있다.

대관절 하늘에 뾰족한 부분이 어디 있다고 이런 사기를 친단 말인가? 이게 초딩 4학년의 정서에 맞는 글인가?

그 다음, “산이 구름을 업었다라는 현란한 수사는 좋은데, “최고의 성찬이란 말을 이해할 4학년이 전국에 몇이나 될까? 아니 성찬이란 말뜻을 아는 4학년의 학부모는 또 몇 퍼센트가 될 것인가? 적어도 면단위의 우리 학구의 학부모 가운데 이 낱말의 뜻을 아는 학부모는 잘 없지 싶다.

구름이 껴안은 산 우리도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이 교과서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욕 나온다.

교과서에서 또는 우리라는 1인칭 표현법은 곧 4학년 아이들을 가리킨다. 도대체 이 지구상에 초등4학년 아이 가운데 비 오는 날 고산의 풍경에 취해 저런 이태백 수준의 시상을 떠올릴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있다면 그런 녀석은 정신과에 가봐야 한다.

이건 폭력이다. 이 말 같지 않은 관념적인 시를 읽으며 자신의 초라한(?) 문학 실력을 비관하며 자괴감을 빠질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누구를 위한 교과서인가? 대한민국1퍼센트를 위한 2009교육과정, 정말 욕 나온다.

이 시 앞에는 또 비슷한 성격의 <선암사>란 시가 나오는데 말미에 제시된 공부할 문제가 이렇다. “내가 여행한 곳에 대하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선암사처럼 시로 표현하여 봅시다.”

교과서가 미쳤다. 요즘 애들 학원 문제집 풀기 바쁜데 한가하게 여행 다닐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어디 다닐 시간 있으면 놀이공원에나 가지 초딩이 무슨 절에 가서 오랫동안 바람에 닳아서 제 빛깔을 잃은 단청이 오히려 편안하고, 절집을 다정하게 감싸고 있는 야트막한 돌담도 편안하다.는 느낌의 시를 짓는단 말인가?

이런 표현은 나도 못한다. 이런 시 형식의 기행문을 지을 수 있는 아이가 있다면, 아이가 선생이 되고 내가 그 아이로부터 배워야 한다.

, 미친 교과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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