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일과 휴식

리틀윙 2013. 1. 29. 13:48

1.

언제부터인가 생활습관을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바꿔가고 있는데, 나처럼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침형이 좋은 것 같다.
아침에 눈 뜨면 평소 놓치고 있었던 아이디어와 영감이 마구 떠오른다. 점화플러그에 스파크가 일어나듯 기지가 번득일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곧바로 메모하거나 바로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다.
이렇듯 축복받은 아침은 충분한 수면이 가져다준 혜택이다. 일과 휴식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일이 휴식이고 휴식이 곧 일이다. 충분한 휴식은 일의 능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피곤하면 쉬어야 하고 잠이 오면 수면을 취해야 한다.

 

2.

“일이 휴식이고 휴식이 곧 일”이라는 말은 충분한 휴식이 일의 능률로 이어진다는 의미도 의미지만, 적정 수준의 일을 통해 인간은 흥미와 보람 그리고 자아실현을 꾀할 수 있는 점에서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일과 휴식을 상극적인 대립 관계로 보는 관점은 ‘주인-노예’ 관계에서나 있을 법한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회에서 일은 고역이고 기피의 대상이다. 일 하는 사람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파괴되고 시키는 사람은 일을 안 해서 인간성을 상실해간다.

어린 아이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쉬고 있기만 하라는 것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아동학대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겐 ‘노작활동’ 즉 일(WORK)이 곧 놀이(PLAY)다. (이게 프레네 교육사상의 핵심이기도 한데, Dewey의 변증법에 영향을 받은 듯...)

사회적 생산활동에서 은퇴해서 홀로 노후생활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니는 자식들이 아무리 말려도 한사코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일을 하고자 하신다. 내가 볼 때 이러한 의지는 노작활동 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 유치원 아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나도 지금 ‘글쓰기’라는 일을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고 또 이를 통해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자기발전을 꾀해 간다.

 

 

3.

아침에 불덩어리 같은 몸을 이끌고 담임교사에게 눈도장 찍으러 오는 아이와 엄마가 있다. 아프면 병원 갈 것이지 학교에 뭐 하러 오느냐고 불호령을 내리지만,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안다. 6년 개근을 받기 위해서다.
사람이 로봇도 아닌데 집안 사정으로나 몸이 아파서라도 하루나 이틀 빠지는 것이 정상이련만, 하루도 빠짐없이 6년 꼬박 학교에 등교했다면 이게 과연 그리도 대견해 할 일인가? 무슨 묘기대행진 쇼 벌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 몸을 이끌고 학교에 공부 하러 오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 저 왔어유”라는 한 마디만 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이 이상한 짓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헌신이고 충정일까?

확실한 것은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에서는 ‘개근’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6년 개근한 농부, 목수, 도공, 대장장이, 목수...... 정상적인 사회 같으면 6년 개근한 아무개는 구두쇠 스크루지처럼 지독한 사람 취급이나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모범적인 사람으로 치하하여 만인이 본을 보게 함은 자본주의적 가치가 유지/존속/발전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교 모범생이 회사 모범생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존재론은 회사의 본질과 연결 지을 때 비밀이 풀린다. 이게 뺄개이 사고로 치부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실이다. Bowles & Gintis란 미국 학자들의 책에 나온다.

기존의 사고를 습관처럼 되풀이 하지 말고 냉철하게 다시 생각해보자.
학교 종이 땡땡 치면 교실로 쫓아갈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가?
모래사장에서 1학년 꼬맹이가 흙 만지며 노작활동을 벌이는 것은 공부가 아닌가? 심지어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도 그 놈의 종소리 울리면 읽던 책 덮고 교실로 뛰어가야 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걸 가장 치열하게 강요하는 학교가 한국의 학교다.
이 미친 식민지 사회에서는 아이가 책 들고 있지 않으면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 하지 않고 쉬고 있으면 죄인 취급한다.
그래서 기적 같은 경제성장은 이뤄냈는지는 모르지만, 20분마다 한 명씩 자진해가는 초유의 자살공화국이 되었다. 해외기업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같이 일 하는 걸 꺼린다 한다. 일 밖에 모르는 인간이라고.

박근혜 당선자가 자유학기제라는 혁명적인(?) 안을 내 놓아도, 그러면 사교육이 더 많이 이루어질 것이라 염려하는 사회... 이게 과연 사람 사는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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