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아파트 선거

리틀윙 2012. 2. 18. 19:12

아파트 동대표 선거를 끝내고 ()부터 자치회장 선거에 들어간다. 동대표 입후보자는 모두 단독 출마여서 찬반을 묻는 투표를 했는데 우리 선관위원들이 투표함을 들고 집집마다 돌았다.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하기에 60% 투표 참여를 목표로 했는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는 집이 많다. 또 집에 있으면서도 대꾸를 전혀 하지 않거나 심지어 투표에 관심이 없는데 왜 자꾸 귀찮게 구냐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인들의 삶이 언제부터 이렇게 각박해졌는가? 지금보다 훨씬 가난한 시절, 아파트가 아닌 마을 공동체 삶을 살던 시절엔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서로 훤히 알고 지냈는데 지금은 옆집에서 누가 죽어도 모르고 지낸다.

아파트 생활은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그 치명적인 문제점이 이웃 간에 관계맺음 없이 철저히 자신의 삶만 사는 점이다. 삶의 본질은 더부살이건만, 이웃집에 초인종 누를 일이 없다. 찌짐 나눠 먹을 마음이 있어도 초인종 눌러 주인 불러내는 것이 실례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물며 귀찮은 선거일로 방문했으니 어찌 반가웠겠는가.

이런 불편한 점 때문에 선관위원들은 예전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찬반 용지를 걸어놓고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게 하자고 하건만, 선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비밀투표에 어긋난다며 내가 이 방식을 밀어붙였다. 그래도 소득이 적지 않다. 주민들로 하여금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고 또 좋든 싫든 초인종을 눌러 얼굴 마주 보며 말 한마디라도 주고받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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