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과 진(晉), 한(漢)나라를 거쳐 벼슬을 지낸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가 쓴 설시(舌詩)를 소개하면서 말할 때 신중함을 강조한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리라(安身處處牢)
풍도(馮道)는 다섯 나라에서 열 명의 황제를 모셔서 후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충절이 없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 나타나듯이 말을 적게 하고 말을 조심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벼슬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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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심해서 오래도록 벼슬 해 먹은 것이 과연 자랑할 일인가?
온갖 불의와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현대정치사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기 그리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기까지 말조심해서 오래도록 자기 몸 보전해온 이들이 어떤 인물이던가?
거꾸로, 불의 앞에서 초개같이 목숨을 바친 이 나라 선비정신의 화신들은 말조심 하지 않아서 어리석게 단명했단 말인가? 도대체 오래도록 살아남아 잘 먹고 잘 살다 죽어 가면 인간답게 잘 사는 삶인가?
나이 들수록 입 조심 하라고?
이 나라 교육계만 하더라도 그렇다.
직원협의회 때 말도 안 되는 의제를 밀어붙일 때 젊은 교사가 일어서서 한마디 하면, “젊은 것이 싸가지가 없다”고 하는데, “나이 많은 것들은 또 입조심을 한다”고 에헴 하고 있으면, 그러면 잘못된 무엇은 누가 말을 해서 고쳐나갈 것인가?
나는 모든 처세술을 경멸한다.
사람은 말이 많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말이 많아야 한다. 그게 나이 값 하는 것이다.
네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 하든!
Follow your own course, and let people talk!
이게 내 처세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