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일제고사

리틀윙 2011. 12. 14. 16:22

  어제 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이랑 얘기 나누는 과정에서 어쩌다가 일제고사얘기가 나왔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하는 말이 자기는 일제고사가 일본제국주의(일제)와 관계있는 것인 줄 알았단다. 그러자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며 맞장구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할 때 그 일제인 걸로 알았다는 거다. 초딩 아이들 수준에서 일제(一齊)’라는 한자어는 매우 생소한 낱말인 것이 사실이다.

   프로이드 식으로 분석을 해보자. 프로이드에 따르면, 무의식적으로 빚어지는 착오도 다 현실세계에서의 무엇과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일제고사에서 '일제'를 일본제국주의라는 '일제'의 뜻으로 생각한 것은 '착오'는 아니지만, 일종의 연상작용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무의식 저변에 있는 어떤 억압심리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은 왜 일제고사를 일제강점기와 연결 지을까?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일제고사의 일제(一齊)에서 일제(日帝)를 연상하는 것이 아닐까? 그 공통점은 일제강점기에서 '강제 점령'과 마찬가지로 강제로 이루어지는 점, 그리고 둘 다 지긋지긋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실컷 뛰 놀아야 할 나이에 1학기 내내 심지어 놀토에도 "강제로" 학교에 나와 문제집 지겹도록 풀었으니 오죽하겠나? 요컨대, 일제고사는 동심을 짓밟고 어린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식민지'이다. 따라서, 일제고사를 '일제(日帝)의 강점'과 연결짓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착오도 몰지각도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점에서 리얼리즘적 맹아가 잠재된 일종의 '블랙 코미디'라 하겠다.

 

 

 

 

전에 말했듯이 한나라당엔 미래가 없는 것이, 미래의 유권자인 초딩 아이들이 이 일제고사 땜에 가카를 무지하게 싫어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아이들이 노무현대통령, 박정희대통령 하며 가카의 존함 뒤에 대통령자를 붙이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초딩 아이들도 그냥 이명박으로 호명한다. 그 놈의 지긋지긋한 일제고사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전교조가 딱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다면, 초기에 일제고사라는 이름을 선점함으로써 국민 대중에게 현정부의 평가 정책이 일제고사로 대변되는 것이라는 시뮬라시옹 전략에서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이 성공을 발판으로 일제고사에 대해 전교조에 우호적인 국민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장혜옥 전위원장님의 말씀인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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