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학교 화장실에서 -2

리틀윙 2011. 11. 19. 11:50

아~ 나도 빨리 이 위기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데, 소당이 쉽게 봐지지가 않는다. 어라 또 다른 두 녀석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들이 수업시간에 왜 이렇게 돌아다녀?'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다.

 

이번엔 바깥 소변기에서 나와는 종류가 다른 볼 일을 보러 온 4학년 남자 아이 두 녀석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1 : 오늘 우리 반은 1교시에 과자 먹었고 4교시엔 또 돈까스 먹는다.

아이-2 : 와~ 좋겠다. 1인당 돈까스 1개씩 먹는단 말이냐?

아이-1 : 그렇단다.^^

아이-2 : 우리 반 반장은 지난 토욜에 고작 햄버그 하나 돌리고 말던데...

 

토요일 초등학교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어제까지 시험(도학력고사) 치르고 했으니 아마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풀어줄 목적으로 오늘 하루 아이들이 신나는 일과를 보내고 있는가 보다.

문제는, ‘돈까스’나 ‘햄버그’가 대가성 음식이라는 점이다. 초등학교에서 반장/부반장 뽑히고 나서 토요일에 한 턱 쏘지 않으면 또래집단에서 인간취급 못 받는다.

 

도대체 이게 뭐냐?

이 지역 군수가 단돈 500만원 때문에 군수직에서 쫓겨나 서울시장선거일에 보궐선거해서 새로 뽑았는데, 만약 초등학교 자치회에서 ‘선거법위반’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전국에 있는 모든 반장/부반장은 다 쫓겨나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한나라당보다 못한 것이 초등학교의 민주주의인 것이다.

어릴 적에 입력된 무엇이 평생을 가지 않는가? 미래의 이 나라 기둥이라는 어린이 세계의 새싹민주주의가 이렇듯 혼탁해 있으니 어찌 이 나라의 미래가 밝을 것인가?

참 부끄럽다. 전교조 사업으로, 내년에는 반장/부반장 선거 관련 대가성 향응을 학급에서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나는 담임할 때 꼭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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