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장애인의 날 체험학습 소감

리틀윙 2011. 11. 5. 12:00

- 2007년 4월에 쓴 글 -

 

어제(4.20)가 장애인의 날이었죠. 올해(2007) 처음으로 특수학급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가 어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장애인의 날인 어제 우리 학교에 현장체험학습이 있었는데, 신체가 불편한 5학년생인 한 남자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이 아이는 지적 능력은 멀쩡한 신체부자유아였기에 평소에는 특수반에 오지 않고 통합학급에서만 생활합니다.

휠체어에 아이를 태우고 문경새재의 관문을 오르는데 무척 힘들군요. 그나마 오르막이나 내리막 길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기에 해볼 만했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아이는 혼자의 힘으로는 몇 발자국을 못 디딥니다. 특히 "계단"이라는 장애를 만나면 속수무책입니다. 박물관을 견학할 때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아이의 온 체중이 제 오른팔에 실리더군요. 아이도 힘들어하고 저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이 말을 적고자 이 글을 씁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센티미터가 채 못 되는 '계단'이란 이름의 장애물을 자기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딛고 오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내게 계단은 그냥 계단이었습니다. 일반인이 계단이 불편하다는 걸 느낄 때는 기껏해야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거나 할 때뿐일 겁니다. 하지만, 휠체어에 의존해 이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계단은 엄청난 장애물이라는 것을 비장애인들이 공감했으면 합니다.

나아가 이 같은 체험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이란 개념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게, '이동권'이란 개념이 다소 생소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이동하는데 무슨 권리가 필요하냐"는 식이었죠. "대부분의 건물은 비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건축물에 다름 아니다"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 비장애인들에게 요구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제 아무리 가치있는 유물을 전시하고 학생들을 맞이할 지라도 계단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박물관이라면 장애인 학생들에게 그것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장애인의 날에, 단 한명의 장애인학생을 위한 체험학습을 안내하면서 정작 제가 소중한 체험학습을 했습니다. 비장애인이라는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사회를 소망하면서, 비장애인 교사의 "장애인의 날 체험학습 소감"을 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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