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참을 수 없는 매스미디어의 가벼움

리틀윙 2012. 2. 27. 08:59

내일, 고두심-길용우 결국 이혼 수순

다음(daum) 초기화면에 위와 같은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연예인 동정엔 별 관심이 없다. 요즘 연예인은 이름도 잘 모르고 이름과 얼굴을 잘 매치 시키지도 못한다. 그나마 고두심-길용우는 내가 TV를 가까이 했던 시절의 연예인이기 때문에 익숙하다. 그래서 이 헤드라인을 대하는 순간, ‘이들이 언제 부부였던가? 무슨 사연으로 이혼을 왜 할까?’ 궁금해서 기사를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실제상황이 아니고 드라마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라는 말에 따옴표가 표시되어 있다. <내일이 오면>이라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부부가 이혼한다는 기사이다.

 

 

 

 

 

드라마 속의 부부 이혼을 뉴스로 보도하는 이게 미친 세상이 아니고 뭔가? 실제 연예인 부부의 이혼이라도 그렇다. 그런 걸 왜 뉴스로 보도하는가? 심지어 인기 연예인이 공항에 입국할 때 입은 옷차림이 대서특필로 보도되는 세태를 보면서 심한 멀미를 느낀다. 그 와중에 이 미친 세상에서 사람 죽은 것은 아예 뉴스도 되지 않는다. 20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는 자살공화국에선 국민들로 하여금 오직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에만 관심을 가지라고 부추긴다.

 

대중이 원하니까 언론매체에서 너도나도 앞다투어 그런 뉴스를 보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매스미디어가 대중으로 하여금 그런 뉴스를 선호하도록 만들어가는 것일까?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물음과는 다르다. 진보적 관점을 갖고 싶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MBC 언론인들이 파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MBC공영방송이 아니라 연예인방송으로 전락했다 하지 않는가. 원래는 그런 방송이 아니었는데 쥐새끼가 추천한 사장이 들어와서 시나브로 방송국의 정체성을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어떤 사회적 문제를 접할 때 그 인과관계를 논함에 있어 사람 탓으로 보는 관점이 보수이고 사회구조에서 원인을 찾은 관점이 진보이다.

 

여우같은 연예인이 한겨울에 반바지 차림으로 공항에 들어서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반면, 엄동설한 추위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그늘진 곳의 이웃들에 대해선 무심한 사회에 희망이 없다. 우리 한국인의 정신세계가 원래 이러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노브레인이 된 것은 모두 저 불선한 매스미디어가 대중의 의식을 조작한 결과이다.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하지만, 구조를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모두들 저 한심한 매스미디어의 기제에 분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