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새로운 교직삶

리틀윙 2012. 2. 22. 09:59

좋은 세월 다 갔다!

올해도 교과전담을 맡으려 했는데 학교 사정으로 담임을 맡게 되었다. 게다가 체육부장에 4학년부장이 되었다.

사실, 6개월 영어연수 갔다 온 이력으로 나는 영어전담을 해야 하지만, 우리 학교엔 이미 심화연수과정을 마친 후배가 영어를 맡고 있고 또 영어교육 추진을 잘 하고 있어서 내가 그 자리를 뺏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올해는 체육부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교장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체육전담에 체육부장을 맡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는데, 막판에 복병(?)을 만나 모든 것이 뒤틀어졌다. 복병이 누구인지 왜 복병인지를 이 지면에서 적기는 뭐하다. 그냥 머리 아픈 일이 있다는 정도만...^^

 

초등에서 학급담임교사와 전담교사는 업무 면에서 천양지차다. 학교의 모든 일이 담임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담임을 맡고 안 맡고에 따라 노동강도가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중등도 마찬가지겠지만 초등의 경우 미숙한 아이들 때문에 모든 것이 담임교사의 손이 가야 이루어진다.

장점과 단점,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은 항상 나란히 나아가는 법이어서, 이 전담교사에게도 안 좋은 점이 있다. 전담을 맡으면 학교 돌아가는 것에 대한 감이 없어진다. 또 학부모들이나 아이들이 전담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쉽게 말해 교사로서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 약점 때문에 초등에서 전담교사를 기피하는 분들이 많다. 초등에서 전담을 맡는 경우는 1)출산을 앞둔 여선생님이나 몸이 불편하여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분들 2)대학원 수업(박사과정) 등으로 편의를 봐야 하는 분들 3)시간적 여유를 가지며 자기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분들 그리고 학교 입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담임을 맡기기 곤란한 분들이 전담을 맡는다.

 

오랜 만에 담임을 맡았고 또 업무부장까지 떠맡아 올 한 해 학교생활을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 더구나 개학 하고 나면 친목회장 자리까지 떠맡아야 할 분위기이다. 그 자리를 스스로 맡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을 터이고 나에게 맡겨지면 기분 좋게 수락해서 학교의 사회적 관계망을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중요한 역할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늘 말하지만, 삶이 곧 운동이고, 생활이 곧 실천이다.

지난해 <학교를 말한다>라는 책 집필을 시작했건만 관념 속에 품어온 문제의식들을 글로 풀어낼 때 늘 막혔던 것이 요즘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천은 수레의 나란한 두 바퀴인데 오랜 기간 담임을 피하고 전담을 맡으면서 여유 시간을 이용해 이론적 성장을 꾀하는 사이에 교육의 리얼리티에 대한 실물적 감각이 둔화된 것이다. 때문에 올 한 해 교직삶이 힘들더라도 나름 값진 경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돌이켜보면 시범학교에 100대교육과정에 선생님들이 스트레스 엄청 받을 때 나는 전담이라는 무풍지대에서 편하게만 보낸 것이 미안하고 또 부끄럽다. 교장선생님이 욕심이 많으셔서 올해도 힘들 것이라고 선생님들이 걱정을 늘어놓으신다. 올해는 비가 내리면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비를 맞는 입장이 되었다. 안 맞아도 되는 비라면 내가 앞장서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서로 기분 좋게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힘써 보겠다. 어떠한 경우에도 예전처럼 확 뒤집어엎는좌경적(?)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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