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문제는 ‘양심’이 아니라 ‘양식’이다

리틀윙 2011. 11. 16. 14:03

 

문제는 ‘양심’이 아니라 ‘양식’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필생의 화두가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언행일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말로서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 그것을 실천에 옮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양심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양심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양심 즉 ‘양식(良識)’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아는 만큼 양심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무식한 인간은 반드시 죄를 짓게 된다.

 

60대의 비교적 젊은 ‘어버이’가 또 사고를 쳤다. 박원순 시장을 향해 “빨갱이, 김대중 앞잡이”라고 고함지르며 폭행을 했다. 왜 그랬냐는 물음에 어처구니 없게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랬다 한다. 이게 그 분의 양심인 것이다. 아마도 비슷한 부류의 어버이님들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추앙할 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기 인식의 지평만큼 사물을 이해하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아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있지만 시력이 나쁘면 잘 보지 못하고 또 판단을 잘 못한다. 세상 이치나 사회 현상을 보는 관점, 즉 식견(識見)에도 ‘시력’이란 개념을 적용한다면, 저런 ‘어버이’는 거의 인지적 맹인에 가깝다 하겠다. 지금까지 이 나라 정치판을 장악해온 수구꼴통당이 저런 분들 덕택에 버텨왔다. 하지만 그게 수구꼴통당의 한계다. 조만간에 산으로 갈 사람들이 유일한 지지기반이라는 것, 그들과 함께 곧 무덤으로 가야하는 것, 이것이 꼴통당의 운명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일컫는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기를 염원하는 정당, 이 나라 미래인 젊은 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 질기디 질긴 명운이 다해 단말마적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천년만년 영원토록 서울시장 권좌를 독식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정치 기반이 없는 신진 인물에게 패퇴했으니, 그 열혈 지지자의 입장에선 얼마나 억장이 막혔으면 저런 과격한 테러리즘을 행동으로 옮기실까? 늙은 깡패들은 폭력으로 사고 치고, 중년의 미녀정치인은 ‘아름다운 피부’로 대사를 그르치는 이 수구꼴통들, 이젠 진짜 생명력이 다한 것 같다.

 

그럼에도 결코 기쁘지 아니한 것은, 이른바 진보세력 또한 무늬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색이 좌파인 내가 오죽하면 중도우파인 박원순, 곽노현에게 희망을 걸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