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사회생활 하기 전에 '사회'공부 잘 할 필요 없다

리틀윙 2011. 10. 28. 10:37

   부끄럽게도 나의 대학 4년은 술집과 당구장을 전전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변명같지만 교대의 특수성 탓이 큽니다. 내 주위에 사회과학 책 한 권 권해주는 선배 한 사람을 못 만났고 나 또한 후배에게 그런 선배가 못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졸업 후 선생이 되어 전교조에서 만난 중등선생님들을 통해 이른바 사회과학이라는 것에 눈 뜨기 시작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사회과학류의 서적들을 싹쓸이해와 열심히 읽어댔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회과학 책이 금기시되던 시절이라 마르크스의 책 같은 것을 시중 책방에서 구하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헌책방에 가면 그런 책들을 싼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 가면 10권 이상씩 구입해서 며칠 만에 읽곤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 공부 가운데 <사회>가 가장 재미없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에선 제일 재밌는 분야가 ‘사회학’입니다. 이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사회과학에 눈을 뜨고 사회학에 흥미를 가지면서 맨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그때 중고등학교 사회선생님들은 <사회>를 그리도 재미없게 가르치셨던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선생님들의 탓도 있지만, 우리 교과서 자체가 아이들이 흥미를 못 가지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입시위주의 교육체제 하에서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 교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20대 중반부터 늦게나마 향학열에 불타 지금까지도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 점에서 나는 약간의 자부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내가 학창시절에 요즘 아이들처럼 억지로 공부를 많이 했다면, 졸업후 지금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왔을까 의문입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평생교육’입니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자기주도적으로' 하면 정말 재밌는 것이 '공부'입니다. 그래서 공자님이 '학이시습지...' 하신 것이죠. 학교 다닐 때 선생들을 통해 배우는 공부는 별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똑똑해지는 것과 별 관계없습니다. 모든 교육내용은 사회적 삶을 소재로 담고 있습니다. 이론은 실천과 결부될 때 가장 쉽고 또 정확히 우리의 관념 속에 자리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회>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사회생활을 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사회적 삶을 살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 social life는 교과서 속의 사회적 삶의 장면들과는 다릅니다. 아이들 삶과 동떨어져 있고 현실사회와도 맞지 않는 어려운 사회교과서를 통해 아이들이 어찌 <사회>에 흥미를 느끼겠습니까? 초딩 4학년인 내 딸은 <사회> 시험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집니다. 집에 와서 중간고사 시험결과를 보고(?)할 때도 “다른 건 다 잘했는데 ‘사회’점수가 엉망이어서......”라며, 죄인처럼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이 말을 해줘야겠습니다.

 

사회생활 하기 전에 <사회> 공부 잘 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