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전교조의 '좌와 우'에 던지는 쓴소리 하나

리틀윙 2011. 6. 21. 10:14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모든 움직임(movement)을 ‘운동’이라 할 때, 운동과 정치가 따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운동 자체가 정치행위이고 정치적 행보가 곧 운동입니다.

때문에 운동판은 정치판을 돕고 정치판은 운동판을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운동판은 나이가 제법 되고 한껏 성장한 어른입니다만, 그것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판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못 벗어난 유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운동판이 정치판을 애기 다루듯 해야 합니다. 이 아기는 인고의 세월 뒤에 고통스런 출산으로 얻은 결실인 만큼 '탄생' 자체를 축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진영에선 이 애기에게 섣불리 너무 많은 기대와 주문으로 주눅들게 합니다. 아직 애기 단계에 있는 생명체에게 “이 자식, 행동이 왜 이리 굼뜨냐? 잔머리 굴리지 말고 빨리 빨리 내가 시키는 대로 안해?” 이러시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진보교육감이 교육개혁을 위한 행보가 느리다고 불만 품는 분들은, 그러면 진보정당은 지금껏 이 사회 변혁을 위해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있는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운동판은 나이가 제법 되는 어른이라 했지만, 근육이나 골격 면에서 어떠한 현실적 힘을 확보하지 못한 ‘부실’ 그 자체입니다. 김진숙동지의 한진중공업을 비롯해서 그간 ‘노동해방’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투사들이 몸을 던졌습니까? 그런데도 왜 아직 그 힘이 미약하기만 합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판의 성장없이 운동판 혼자만의 '구동'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진보정당을 만들지 않았나요? 운동판과 정치판은 수레의 나란한 두 바퀴입니다. 어느 한 바퀴만으로는 진보라는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무튼 현재의 운동판은 정치판의 성장에 별 도움이 못됩니다. 자신의 처지가 그러하면서 정치판과 연대해 현재의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작은 실천을 도모할 생각은 안하고 매번 시니컬한 어조로 정치판을 씹어대기만 하는 이런 운동판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겁니다.

진보감더러 “뭐가 두려워 그리 눈치만 보느냐” 하시는데, 진보감이 눈치 안 보도록 전교조가 힘을 보태 준 게 있습니까? 아니, 현재의 전교조는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형국 아닙니까?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게 현 전교조의 입지라면, 제발 그냥 가만히 있기라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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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좌와 우 날개는 도대체 날 생각은 않고 땅으로 곤두박질치려고만 하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까지 좌파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습니다만, 우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더 많습니다. 전교조의 우파의 문제는 ‘우경 기회주의’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우경 기회주의 섹트는 내부 분란만 일으켜 조직 역량 축낸 것 외에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으며, 그 중 일부 한심한 무리들은 진보감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한자리 해 먹으려 하는가 하면, 또 그 중 일부 실력자(?)들은 부르주아 정당에 빌붙어 다가올 총선에서 정계로 진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우리 사랑 전교조, 이래서는 정말 안됩니다. 어떻게 해서 만든 전교조입니까? 동지들의 피땀 어린 희생과 선량한 교사대중의 헌신으로 성장해온 조직이 아닙니까?

우리 주위엔 ‘진보적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고 ‘투쟁’이란 용어에 너무도 낯설어 하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사회과학 책 한 권 읽지 않은 사오십대의 조합원이 왜 아직도 이 조직에 남아 교총보다 턱없이 비싼 조합비 꼬박꼬박 내주면서 전교조 깃발 지키기에 동참하는지 아십니까? 싸가지(?) 없는 젊은 교사들과 달리 그들은 전교조 이전의 학교가 어떠했는지를 잘 아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운동’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몸으로 겪어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을 비롯 6만 조합원의 과반수(51대49의 근소한 과반)가 현집행부를 선택했으며, 절대다수는 또 현집행부의 슬로건 ‘가벼워질 필요가 있는 전교조’에 대해 공감하실 겁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정말로 나쁜 것은 6만조합원대중이라는 ‘물질적 힘’을 이용해 그것을 담보로 부르주아 정당의 품에 안겨 전국구의원 자리를 노리는 것입니다.

제발 이런 일 없기를 바랍니다. 만약 이런 자가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돼지’라 불리어 마땅합니다.


아무튼, 선량한 조합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인 6만조합원이란 현실적 힘은 일 불량한 섹트의 전유물이 아닌, 순결한 조합원대중과 교육해방을 염원하는 이 땅의 국민대중의 자산이라는 점을, 현집행부에게 분명히 짚어드리며 글을 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