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공부 잘 한다는 것이 뭘 뜻하는가? (2)

리틀윙 2011. 3. 24. 22:52

중학교 사회 시간이다. 교사는 프랑스대혁명에 관해 수업하다가 그 연장선상의 심화내용으로 한국의 6월항쟁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교사는 자신의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과거 이 땅의 독재정권 시절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암울한 반동의 세월을 우리 민중들이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열강을 펼친다. 이런 수업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청중, 즉 학생의 참여가 사뭇 적극적이고 진지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뒤편에 앉은 한 녀석이 그 적막을 깨고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다.

진도 나갑시다!”

단원의 학습주제에 충실하여 열심히 잘 나가고 있는 진도를 저지하는 이 당돌한 학생은 사회 시험을 만점 받는 이른바 공부 잘하는아이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역사적 순간들을 추체험하며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환희를 느끼며 생생한 배움을 얻어가는 이런 훌륭한 수업 분위기를 깨뜨리며 진도 나갑시다라는 하극상의 발언이 공부 잘하는 학생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유는 뭘까? 교사나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진도를 나가야 충실한 공부가 된다는 말인가? ‘공부란 대관절 뭘 배워가는 걸 뜻하는가? 학생이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뭘 배워가야 잘 배워가는 것일까?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