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초등 일제고사,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1

리틀윙 2011. 3. 5. 22:43

계량화 즉, 점수로 환산되는 모든 시험은 줄세우기(서열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입학시험이나 입사시험처럼 선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초등학교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의 경우에도 점수화 되는 순간 서열매김은 불가피하다. 교사는 줄을 세우지 않아도, “나는 전과목 5개 틀렸는데 너는 몇 개 틀렸니, 또 너는?” 하는 식으로 아이들 스스로 서열을 매기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학구에선 교사도 모르는 1등부터 10등까지의 학급 석차를 학부모들이 매겨 동네방네 유포시킨다.

한국 교육은 옆집아줌마가 다 망친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 때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아줌마들의 서열 매기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학교나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에서 학교차원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따위를 치는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 ·도 학력고사 또한 점수화가 아닌 상--(--)의 성취수준을 묻는 서술형 평가방식이었기에 서열을 매기고 싶어도 매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전국적으로 지역간 서열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초등학교에서도 무한경쟁이란 말이 일상어가 되고 있다. 이 제로섬게임에서 숨 가쁘게 펼쳐지는 경쟁은 끝이 없어서, 이를테면 모두가 밤잠 안 자고 시험공부를 해도 일등과 꼴찌가 생겨난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기 위해 모두가 바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놀이터에 이별을 고하고 모두들 학원으로 향한다.

치열한 경쟁의 교육시스템에서는 배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남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는 것이 목적이 된다. 내가 내신성적 1등급을 받기 위해 나와 비슷한 레벨의 친구가 노트 필기한 것을 빌려 달라고 해도 그 부탁을 거절해야만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정이나 공동체의식에 터한 따뜻한 영혼이 길러질 리가 없고, 학생들은 오직 개인주의의 화신이 되어 시기심이나 악의적인 경쟁심만을 키워간다. 이른바 공부 잘하는아이들에게서 이런 경향성이 농후한데, 장차 이들은 이 사회의 엘리트가 되어 힘없는 선량한 대중들 위에 군림하며, 이 비인간적인 메커니즘을 재생산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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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같은 평가 방식에 불만을 품는 학부모들도 적잖다. 요컨대 이런 식이라면, 우리 아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아이 등수를 모르게 하는 그것이 교육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서열매김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평가를 해야 한다. ‘아이라는 생명은 미완의 대기(大器)이다. 큰 그릇일수록 늦게 성장한다. 그런데 새싹 단계에서 나무의 등급을 미리 재단해버리면 어찌되겠는가? 아이도 부모도 (우리 애)는 몇 점밖에 안되는 재목이라며자기충족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