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바보 같은 대답 없다, 바보 같은 질문이 있을 뿐이다

리틀윙 2011. 4. 3. 00:54

 

시골 작은 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에는 대부분 병설유치원이 딸려 있는데, 학급수가 적은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행사를 유치원생들과 같이 치릅니다. 학예회나 운동회가 가장 큰 행사인데 유치원생들의 재롱이나 귀여운 행위는 보는 이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운동회에서 유치원생들이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를 악물고 열심히 달리는 깜찍한 모습도 귀엽지만, 어떤 아이들은 어디를 향해 왜 달려야 하는지 개념조차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면 이것은 우둔하기보다는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유치원생들을 위한 50M 달리기에서 내가 결승선에 서서 12등 아이를 선별해 줄을 세우는 임무를 맡았는데, 많은 아이들이 결승선을 지나치지 않고 결승선 앞 10M쯤에서 속력을 줄이더니 결승선에 와서 딱 멈춰버리는 것입니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지만, 출발선에서 자기 선생님이 저기 남자 선생님계시는 곳까지 뛴다고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라 선생 시키는대로 정확히 행동하는 정확한(?) 아이인 것입니다.

 

교육학에서 바보 같은 대답 없다, 바보 같은 질문이 있을 뿐이다.”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다음의 문제들에 대해 아이들이 답한 것을 보면 그 말을 실감합니다. 이 바보 같은(?) 대답을 한 아이들이야 말로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갈 재목들인지도 모릅니다.

  (인터넷 상에서 오래 전부터 떠돌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들이지만 다시 봐도 늘 우리를 웃음짓게 하네요. 그저께 MBC 아침뉴스에서도 소개하더군요. )

 

 

문) 문장에서 빠진 말을 찾아 쓰세요.

 

 

 

 

 

문) 다음 도형이 사각형이 아닌 이유를 쓰시오

 

 

답) 원래는 사각형인데 찢어져서

 

문) 옆집 아주머니가 나에게 사과를 주십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답) "뭐, 이런 걸 다..."

 

문) 부모님은 왜 우리를 사랑하실까요?

답) 그러게 말입니다.

 

문) 불행한 일이 거듭 겹침을 4자로 말하면?

답) 설사가또

 

문)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은?

답) 죽었다.

 

문) 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운동장에서도 우리 모두가 편안하게 잘 지내려면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답) 속력

 

문) '엄마아빠'로 사행시를 지으시오.

답) 마는

    

     빠는

    

 

여러분이 해당 교사라면 이런 답안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획일적인 정답밖에 모르는 아이들보다 이 아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의 일제고사 천하에선 이런 답지를 원천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 줄세우기 위해 모든 시험을 객관식으로 치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