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제발, 6학년 담임 좀 맡아주세요

리틀윙 2011. 3. 2. 00:06

 

무한 경쟁 교육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서열화는 학생 간의 경쟁에서 학교간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선학교 학교장들은 점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다른 학교와의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좋은 결과를 얻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사회인 이 나라에서는 이제 올림픽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오로지 결과로만 모든 것을 말하는 묻지마 식 교육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성한 교육의 장인 학교에 온갖 편법과 술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이를테면, 712일에 치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해 학교에서는 해당 학년인 6학년과 해당 과목인 국영수에 학교의 총역량을 올인 할 것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글을 쓰는 2월말 현재 어느 학교에서는 6학년 담당으로 학교에서 가장 유능한 교사들로 배치하고 그들에게 학교의 다른 업무를 하나도 주지 않고 오직 7월에 있을 시험에만 몰입하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는 교육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절대 피할 수 없는 모순 또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가장 유능한이란 말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 대열에 선발되지 않은 나머지 학년의 교사들이 갖게 될 상처나 허탈감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단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평가가 국영수 세 과목에 국한되기에 다른 교과의 지도는 건성으로 이루어지는 식의 파행적 교과운영이 불가피할 것임은 뻔한 이치이다. 선배교사와 후배교사 사이에 애정과 존경에 터해 형성된 교사문화가 파탄되는 것에 대해서도 묻지 말 것이며, 국영수 외의 교과목이 외면됨으로써 전인교육의 근간이 무너지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묻지 말자고 한다. 교육자적 양심이나 신념이 밥 먹여주지 않으니, 오로지 시험점수로만 말하자고 한다. 교육감은 시·군교육장과, 교육장은 학교장과, 학교장은 교사와, 그리고 종국적으로 교사는 학생과 오직 점수로만 소통하는 시스템 속에서 어찌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이 비교육적인 경쟁체제하에선 희망의 교육공동체로서의 학교는 사라지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소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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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의 한해살이는 228일에 끝맺는다. 2월말에 다음 학년도에서 개별 교사들이 맡을 담당학년 배정과 업무분장을 하는데, 여기서 업무란 교사 본연의 임무인 수업이나 학생생활지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공문을 비롯한 각종 잡무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우리 교육현실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교사들의 입장에선 본연의 업무보다 잡무 처리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래서 해마다 이 시기에 모든 교사들은 자신에게 업무가 많이 주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이 하는 것이 현장의 풍속도이다. 업무를 배분할 때 보통 젊은 교사들에게 일이 많이 돌아오는데, 국가수준학업성취도에만 몰두하라며 6학년 담임교사를 잡무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은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6학년 담당은 대부분 젊은 교사들이기에, 이 같은 조치는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교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2.28자 한 지역 언론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부담 등으로 6학년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늘면서 해당 교사들을 상대로 학교장이 꼭 맡아달라며 읍소하거나 은밀히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를 다루고 있다. 또한, 6학년 담임을 하지 않으려고 동료교사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일까지 벌어지며, 학교내에서 비교적 젊거나 전입온 교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내용도 싣고 있다.(청주=뉴시스, 2011.02.28)